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Sep 04. 2021

극복의 의미

선생님, 고민 좀 상담해도 될까요?


나는 선생님이 아닌데, 내 블로그를 읽고 나에게서 어떤 조언을 받고 싶어서였는지, 누가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비밀 댓글로 SOS 신호를 보냈다.


현재 나는 라이선스가 있는 상담사도 아니고, 돈을 받고 상담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의뢰(?)를 자주 받는 것도 아니다. 어쩌다 한 번 상담 요청이 들어온다. 내 글의 주제 중 하나가 실패를 극복한 것인데, 본인도 비슷한 상황 속에 계신 분이 어쩌다 한 번 연락을 주신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는 안 하고, 나는 작가로서 상담을 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 댓글을 쓰시면 나도 댓글을 달아 드린다. 먼저 카톡 상담을 원하시면 그거는 해 드린다. 그것 또한 일종의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필요시 이메일도 보낸다. 그것도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이나, 브런치 작가를 도전하고 계신데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이다.


사실 내가 거의 20년 만에 조울증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고 해서, 특별히 도움이 될만한 솔루션은 없다. 다만,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정도만 말씀드릴 따름이다.




전문 상담가는 아니지만, 내담자의 신상과 자세한 사연은 공개할 수 없다. 조울증 한가운데 있는 청년이다. 15년 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조울증 청년은 나에게 축복받았다고 하지만, 나도 그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만, 나도 거의 20년 동안 그 청년 이상으로 조울증이란 태풍 한가운데서 살았다.


조울증 청년이 내 글의 일부분만 읽고 오해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내가 조울증을 극복했다고 하니, 약을 더 이상 먹지 않고 끊고 극복했다는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아내를 만나 행복해지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기분 조절이 자연스럽게 되는 면도 있지만, 2주에 한 번씩 정신과에 다니면서 상담을 하고 약을 타다 먹으면서 관리를 통해 조절을 한다. 분노조절이나 감정조절에 문제가 있을 때는, 주치의 상담을 통해 얼마 동안 약을 조금 늘린다. 아내나 어머니가 옆에서 볼 때 좀 이상하면 병원에 즉시 가서 주치의 상담을 통해 약물을 조절한다. 그런 관리를 통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고,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물론 그 관리라는 게 신경이 가는 것은 아니다. 2주에 한 번씩 병원 가고, 저녁 먹고 아내가 약 챙겨줄 때 약 먹고, 아내랑 어머니랑 내가 조금 이상해진다 싶게 느껴질 때 병원 가서 전문의에게 점검받고 그 정도이다. 그 정도의 관리를 전제로 나는 조울증을 완전히 극복했다. 오랜 백수생활을 마치고, 회사 다니며 돈 버는 것도 그 증거다.




비단 조울증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더 이상 문제가 없는 게 극복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어떤 부분은 한 번 질서가 깨지면 자연적으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관리 조절을 통해, 처음 아프기 전처럼, 자연이 깨지기 전처럼, 살아간다면 그것이 극복이다.


아니. 그냥 관리와 조절을 통해 지금 별 다를 문제없이 살면 그것이 극복이다.

작가의 이전글 정치가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서, 글로서 정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