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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Sep 30. 2021

아빠의 편지

우리 아기 요한이에게 아빠가 편지를 쓴다.

아빠는 신촌역 회사에서 퇴근길 합정역 교보문고에 들렸어. 아빠는 서울의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거든. 예전에는 종각역에서 내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고, 얼마 전까지는 강남 신논현역 교보문고에 갔고, 최근에는 아빠 회사가 있는 신촌역 근처 합정역에 교보문고가 있는 것을 알았어.


서점에 가기 위해 퇴근길에 돌아서 집에 오면 요한이 엄마가 싫어해서, 사실 그동안은 어쩌다 서점에 가다가도 아빠가 엄마에게 서점에 간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비밀로 다녀오기도 했어. 오늘 아빠가 들린 합정역 교보문고는 회사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있지만, 들렀다 오느라 아빠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져서, 사실은 서점에 들렀다 온 사실을 엄마와 요한이에게 비밀로 할까 했어. "그냥 좀 늦었어." 할까 그랬는데. 아빠가 이제 요한이 아빠잖아. 이제 아빠도 요한이 아빠니까, 요한이를 위해서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의 하얀 거짓말이라도 하지 않기로 했어.


아빠도 아주 어렸을 때는, 거짓말을 모르는 정직한 아이였어. 하지만, 나의 솔직한 모습을 정직하게 드러낼 때, 그 모습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실망이 되거나 슬프게 할 때, 아빠는 거짓말을 했어. 아빠가 아빠의 삶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설득할 수 없을 때, 아빠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거짓말을 했어. 물론, 그 거짓말이 금방 드러나는 데도 말이야. 우리 요한이가 산후조리원에 있다가 그제 화요일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왔는데, 아빠는 이제 요한이를 위해서 거짓말을 안 하기로 했어. 오늘 아빠는 회사에서 퇴근 후, 엄마와 요한이에게 바로 오지 않고, 아빠가 좋아하는 대형서점인 합정역 교보문고에서 책 구경을 했어.



아빠는 오늘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 작가와 이슬아 작가의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라는 책을 샀어. 남궁인 선생님은 아빠가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는 분인데 아빠가 좋아하는 의사 선생님이자 작가님이야. 이슬아 작가는 오래전부터 이름은 들어 알고 있는데, 그냥 개인적으로 이슬아 작가에 대한 편견이 있고, 아빠가 그렇게 관심 있는 작가가 아니라서,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고, 『일간 이슬아』라는 이름으로 매일 이메일로 구독자에게 글을 연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어. 아빠 편견이었는지도 모르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라는 오늘 아빠가 읽은 책의 제목처럼, 나와 작가 사이에 오해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남궁인 작가는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이슬아 작가는 아빠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데,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 형식의 에세이집을 샀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읽었어.



아빠가 이 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에세이집이어서 그래. 아빠는 올해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 것이고, 올해 당선되어 출판 프로젝트를 통하여 출간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 아빠가 준비하고 있는 브런치북의 장르가 에세이인데, 올해 출판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출판사 중에 아빠가 관심이 있는 출판사가 문학동네야. 그래서 문학동네에서 나온 괜찮은 에세이집이 있나 서점을 둘러보는 가운데 에세이 코너에 아빠의 눈에 보인 에세이집이 한 권 있었어.


이 책을 읽으며 정체된 아빠의 브런치에 힌트를 얻었어. 브런치의 새로운 매거진을 시작해야겠다고. 우리 아기 요한이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 매거진을 시작해야겠다고. 일반 산문 형식이나, 육아 일기 형식이 아닌, 요한이에게 쓰는 편지 형식에 에세이를 써야 하겠다고.


아빠는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이 되었으면 좋겠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통하여 유망한 출판사와 브런치의 힘을 받아서 책 한 권을 내고, 상금으로 아빠의 개인 1인출판사를 통해 아빠의 다른 책을 내고 싶어. 아빠의 꿈은 요한이와 엄마와 아빠가 생활하기 위해 돈을 벌려고 회사를 다니느라 요한이와 요한이 엄마와 하루 종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요한이와 요한이 엄마 곁에서 글을 쓰고 책을 내며 작가로 살고 싶어. 아빠의 책을 직접 출판하는 작은 1인출판사를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잡혔으면 좋겠어.


아빠는 오한이게 편지를 쓰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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