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 떨어지고 13번째 도전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처음 도전하기 시작하여 10개월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보니, 작가님이라고 불리지만, 브런치 작가 승인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우리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단지 브런치 작가 타이틀을 얻고 싶어서, 또 하나의 글 쓰는 공간을 얻고 싶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사람도 있겠지만, 브런치를 통하여 언젠가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전업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순간이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붙은 소중한 합격이었지만, 브런치 작가 합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이제부터 어떠한 글을 쓸까 가 중요하하다.
모든 브런치 작가에게 브런치 공간이 각기 다르겠지만, 브런치는 기본적으로 퇴고를 마치고 완성되어 출간을 앞둔 원고를 쓰는 공간이 아니다. 브런치의 매거진과 브런치북은 내가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낼 때의 초고이다. 매년 브런치에서 여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도, 완성본을 받는 게 아니라, 초고를 받는 것이다. 당선이 된 후 출판사와 10개월 가까이의 책을 완성하는 편집의 과정을 거쳐 출간한다.
물론, 초고라 하여도 내가 보는 글이 아닌 독자가 읽는 글이기는 하다. 책의 한 꼭지로 실릴 만큼의 양질의 완성도를 갖춘 글을 쓰려는 마음을 가지면, 오래 글을 못 쓴다. 먼저, 한 권의 책의 구조와 구성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추어 글을 쓰려고 하면 못 쓴다. 일단 떠오르는 글을 쓰고, 주제에 맞게 매거진으로 발행하고, 그 글을 모아 브런치북으로 발행한다.
나도 한때는 글쓰기가 목적이 아니라 책 쓰기가 목적이었다. 그런데 유명한 브런치 작가님의 책과 강의를 통해 책 쓰기를 하려 하지 말고, 글쓰기를 하라고 배웠다. 처음에 제 마음에 반발이 있었다. 책 쓰기를 목적으로 한 글쓰기가 글쓰기의 동기부여 자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지금 나는 그 작가님처럼 글이 모여 책이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 물론, 여전히 나의 글쓰기의 목적은 글쓰기가 아니라 책 쓰기이다. 그러나 책 쓰기가 목적이 될 때, 글쓰기는 힘들어진다. 어느 순간 지지부진해지고, 슬럼프를 맞이한다.
하나의 양질의 글을 공들여 쓰기보다, 짧은 글을 많이 쓰는 게 좋다. 짧은 글을 모아 책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양질의 글을 재구성하는 것은 작가의 몫일 수도 있지만, 출판사 에디터의 몫일 수도 있다.
브런치나 블로그나 페이스북이나 어느 공간이든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쓰는 욕심 이전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짧게라도 많이 써야 한다. 짧은 글을 많이 쓰라는 이야기는, 짧은 글만 쓰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분량과 질의 글을 많이 쓰는 게 좋다. 양질의 글에 대한 욕심으로 어느 정도의 분량이 되지 못하면 글을 아예 쓰지 않는 게 제일 나쁘다. 어떤 때는 짧게라도 내가 하고 싶은 표현을 하는 게 좋다.
글 하나에 하나의 주제 하나의 이야기를 쓰는 게 정석이지만, 이 또한 항상 그래야 할 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쓰다 보면 어떤 날은 긴 글이 될 수도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표현할 수는 없지만, 쓰는 작가에게는 그럴 이유가 있는 경우가 있다.
나는 믿는다. 처음부터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의 글이 좋은 글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 사람이, 최종적으로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