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책쓰기

by 최다함

그동안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보다는, 책쓰기를 위한 글쓰기를 해왔다. 그 말이 책의 제목 주제 소재 대략의 목차를 정해놓고, 구조적으로 전략적으로 글쓰기를 해왔다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의 모든 글쓰기의 최후 목적은 책쓰기였다. 책쓰기를 위한 구조화된 체계적인 글쓰기를 한 것도 아니고, 그동안 써놓은 글들을 책 한 권이 될 수 있도록 구조화시킨 것도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나의 글쓰기의 최종 목적이, 글쓰기 자체가 아니라, 책쓰기였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꼭, 글쓰기를 통해 책쓰기를 하여, 글쓰는 직업과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도구적 목적만은 아니었다. 글쓰기가 책쓰기가 되어야지, 글쓰기만 하면서 살아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책쓰기가 되고, 책을 내고 책을 가지고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글쓰기로 생계가 가능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루 8시간 주 5일 글쓰기를 박탈당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글쓰기가 책쓰기가 되고, 책쓰기가 돈을 벌어오면, 글쓰기가 삶과 일치가 될 수 있다. 회사에 나가지 않고 아내와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아내와 아이의 곁에서 우리의 삶을 기반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다. 글쓰기와 삶 쓰기가 일치될 수 있다.


책쓰기라는 목적에 해방되어, 글쓰기를 하다 글쓰기가 여물어 익으면 자연스럽게 책쓰기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글쓰기와 책쓰기는 동전의 양면이기도 한다. 글쓰기가 일정 강도 이상으로 지속되면, 글쓰기는 책쓰기가 된다. 글쓰기와 책쓰기는 분리될 수가 없다. 취미로 글 쓰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가 생계나 생활과 같은 의미나 그 이상의 의미가 되면, 글쓰기가 일정 강도 이상으로 지속되면, 당연히 글쓰기의 양과 질이 모여 책쓰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는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아내와 아빠로, 회사원으로, 작가로 등등 여러 가지 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부여받는다. 여러 가지 사회적 역할이 밸런스를 이루고 시너지를 일으킬 때 내부 세계와 외부세계가 화해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지향하는 바는 다양한 사회적 역할이 밸런스를 이루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역할로 통합되는 것이다. 생계와 글쓰기를 위해서 회사원이 되어야 하는 것에 해방되어, 글쓰기가 책쓰기가 되어 그것이 호구지책과 경제적 자유를 얻게 하여, 작가로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쓰기가 글쓰기가 되는, 그런 내 안에 여러 역할이 하나로 통합되는 그런 미래를 꿈꾼다.


그렇다고, 지금 다 집어던지겠다는 것은 아니다. 목구멍의 포도청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무책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 사연이 있는 삶을 살았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도록 오래도록 조울증으로 많이 아픈 사람이었기 때문에, 부모님께 기대어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모든 것을 알고도 자신이 사랑해 주면 치유되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결혼해 준 아내와 살면서도 책임감 없이 부모님께 기대어 살아왔다. 내 문제라고 하기보다도 그렇게 많이 아파왔기 때문에, 완전히 일어나 인생과 가정의 인생을 책임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 안에 여러 가지 나를 하나로 통합시키기 위해, 당장 무책임하게 현실을 던져버릴 수는 없었다.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과 주말에는 아내와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출퇴근 길 틈틈이 글을 쓰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쩌다 퇴사하게 되었고, 지금은 쉬며 글 쓰며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글을 쓸 수 있는, 글쓰기가 책쓰기가 되고, 책쓰기가 돈이 되는, 그날을 꿈꾼다. 집에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지내며, 아내와 아이와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이 글의 메인 테마가 되는, 삶 쓰기가 글쓰기가 되고, 글쓰기가 책쓰기가 되는, 그런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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