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퇴근할 때 아내 에미마는 보통 "조심해서 와요." 하는데, 오늘은 "빨리 와요." 그런다.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나는 그 의미 차이를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요한이 아픈 거 같아요."
"열 나?"
"응"
"빨리 갈게. 기다려."
서둘러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데, 이번에는 내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한이 열 많이 나?"
"오늘은 37도도 가고, #!@~"
어제는 36도 대였는데, 오는 재보니 37도나 그 너머라는 것 같았다. 나도 아내도 아직 체온계의 정확한 사용법을 익히지 못했다. 나 어릴 때와 지금 체온계가 달라서, 귀 근처에 가져다 대고 띡 누르면 온도가 나와서, 잴 때마다 다른 것 같고, 아내가 아들 요한이의 온도를 제대로 측정했는지도 모른다.
"에미마, 요한이 아프면 내일 회사 가지 말고 병원 갈까?"
"회사 가야지."
"한 달에 한 번 월차 낼 수 있으니까."
한 달에 한 번은 유급 월차를 낼 수 있다. 일이 있으면 언제든 월차를 내고 쉴 수 있지만, 그날 페이가 월급에서 깍인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한달살이 월급쟁이에게 월급은 소중하다.
"일단 빨리 와서 생각해요."
"응. 집에 가서 생각하자."
서둘러 집에 가려고 발길을 재촉했는데, 하필 오늘 같은 날 신도림역에서 천안 방향이 아닌 인천 방향으로 탔고, 개봉역에서야 다른 방향으로 전철을 탄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