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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18. 2021

타코야키를 좋아하는 아내 에미마

화서역에 도착해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집은 화서역과 수원역 사이에서 화서역에 붙어 있다. 화서역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요, 수원역에서는 버스로 세 정거장이다. 수원역에는 걸어갈 거리는 아니나, 걸어서 화서역에 가나, 집 앞에서 버스로 수원역에 가나, 시간적으로는 비슷하다. 버스만 바로 오면 버스로 수원역 가는 게 빠른 것 같은 느낌이다. 아픈 것 같다는 아기와 집에서 기다릴 아기가 걱정되어 화서역에서 전화를 했다. 아기를 보는지 아기와 자는지 아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화서역을 나서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듣고 있던 윤종신의 노래가 멈추고, 전화벨이 울린다. 아내 에미마다.


"오빠, 어디야?"

"화서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야."

"화서역이면 그거 있잖아 그거 맛있는 거 사 오면 좋은데."


화서역에 맛있는 것은 화서역 앞에서 차장사가 파는 타코야키다. 언제 한 번 타코야키를 사주었더니, 아내가 좋아한다. 카드도 받는다. 월급이 들어오면 아내에 통장에 전부 입금해주고, 필요시 아내의 허락을 받고 아내의 카드를 긁는 나는 카드가 안 되는 곳에서는 소비가 불가능하다.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은, 용돈은 특별히 없는 대신 먹고 싶은 거나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카카오톡 나에게 선물하기로 스마트폰 소액결제로 구매하고, 다음 달 스마트폰비로 아내에게 결제받고 정산한다. 아내 몰래 폰 비에서 빼먹는 것은 아니고, 내가 번 돈이니 당당하게 내 용돈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쓴다. 아내가 허락하는 소비는 아내의 카드로 하고, 아내를 설득할 수 없는 소비는 카톡과 제휴된 곳에서만 카톡 나에게 선물하기로 지른다. 먹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소액결제로 지를 수 있다는 것은 아내에게 묵시적 허락을 받은 것이고, 언제 어디서 뭘 핸드폰 결제로 지르는지는 아내가 궁금해하지 않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 주로 커피나 햄버거를 사 먹거나, 교보문고에서 책을 살 때 나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카톡으로 선물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타코야키 파는 데가 차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카드를 받아서, 아내 카드로 타코야끼를 살 수 있었다. 오리지널 소스와 치즈맛 소스를 반반해서 중자로 시켰다. 본체는 똑같고 위에 뿌리는 소스를 선택할 수 있다. 매운맛까지 세 가지 맛의 소스가 있는데, 아내도 매운맛을 좋아하고 잘 먹는데, 수유하기 때문에 매운맛 소스를 빼고 나머지 소스를 반반 섞었다.



다행히 우리 아기 요한이는 내가 갔을 때는 특별히  열이 있거나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힘이 없고, 평소에 모유와 분유를 잘 먹던 애가 많이 먹지 않고 남겼다.


하루 종일 혼자 아이를 보았을 아내를 대신하여 아기와 조금 놀아주고, 출산과 육아로 온몸이 아픈 아내의 발과 손을 마사지해 주었다. 출산이 아니더라도, 아내는 갑상선 저하증이라서, 몸이 썩 좋지 않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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