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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22. 2021

공공 서비스는 가끔 사람을 대환장하게 만든다

전화가 왔다. 발신자가 화서2동주민센터이다. 보이스피싱 스팸전화 방지 앱이 깔려 있어서, 모르는 번호라도 대출이나 홍보성 전화인지, 나에게 걸려오는 정보성 전화인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화서 2동 주민센터에서 나에게 전화할 일이 있기는 했다. 나와 아내의 재난지원금 신청 이후 요한이가 태어났다. 신생아도 재난지원금을 탈 수 있다고 해서 온라인으로 신청했다. '부족한 서류가 있었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재난지원금 이의신청하셨죠?"

"네."

"온라인으로는 3주 걸리고요. 주민센터로 직접 오시면 바로 해드려서요."

"그럼 온라인에 접수하신 것은 취소해 드릴게요."


마침 월차를 내고 집에 있었다. 이번 주 일요일이 내가 당선을 목적으로 응모하려는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마감일이라서 월차를 냈다. 이번 달에는 아직 쓰지 않은 유급 월차가 하루 있었다.


3주 후 받아도 되지만, 바로 준다기에 주민센터에 갔다. 주민센터가 예전에는 동사무소였고, 현재 공식 명칭은 행정복지센터이다.


1층 민원실에 갔더니 2층으로 가보라고 한다. 재난지원금 업무는 동사무소 민원실이 아니라, 동사무소 내 별도의 공간에서 처리하나 보다.


"초본 가져오셔야 해요."

"등본 여기 가져왔는데요."

"선생님 말고 아기 이름으로 된 초본 1층에서 떼어 오세요."


1층 민원실로 다시 갔다. 무인발급기에 아기 주민번호를 넣었더니 지문 등록이 안 되었다고 한다.


"위에서 초본 떼오라는데요. 수수료 있나요?"

"재난지원금 받으러 오셨죠? 그럼 무료예요. 무인발급기에서 발급하시면 돼요."

"아기 주민번호로 했더니 지문 등록이 안 되었다 해서요."

"아버님 걸로 아기 꺼 발급하시면 돼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민원 창구에 갔더니, 무인발급기를 사용하란다. 다만, 창구 공무원이 직접 나와서 자동발급기 작동법을 설명해 주었다.


2층에 갔더니 서류 한 장을 내민다. 온라인으로 신청할 때 썼던 서류와 똑같은 서류다.


"인용되시면 문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오시면 돼요."

"여기 오면 바로 된다고 해서 왔는데. 직장 다녀서 오기 어려워서 온라인으로 신청했는데, 마침 오늘 시간이 돼서 왔는데 다음에 올 시간이 없는데 어쩌죠?"

"..."


돌겠다. 빡이 돈다. 뭐 일을 이따구로 하나? 나는 이게 공무원의 복지부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무원 탓 화서 2동 주민센터 탓도 아니다. 시스템이 그런데 말단 공무원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고위 공무원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 작은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이 시대에 맞게 순발력 있게 바뀌어야 한다.


아기 출생신고 때도 태어난 날 바로 하려고 병원에서 당일 출생 확인서를 발급받고 온라인으로 신청을 했는데, 신청은 되지 않고 무엇 때문에 안 되는지 설명도 없다. 그래서 나중에 주민센터에 직접 찾아갔다. 물론 온라인 출생신고가 가능해도, 아기를 위한 복지수당을 타려면 어차피 주민센터에 다시 가야 한다.


4차 산업시대에 행정은 이를 못 따라가는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 비록 우리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용되면 수령하러 주민센터에 한 번 더 가야 할 거면, 차라리 3주 후에 받을 것 그랬다. 아내 에미마가 대신 받으러 갈 수도 없고, 11월 초에 유급 휴가 하루가 다시 생기면 그때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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