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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24. 2021

다함스토리

"49번, 최다함! 이름이 좋네요. 무슨 뜻이에요? 누가 지어주셨어요?"


고등학교 때 49번, 중학교 때 3번이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까마득한 시절 몇 번이었는지 희미하니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49번, 중학교 때 3번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상징적 숫자이다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번호를 매겼던 고등학교 시절, 최 씨인 내가 반에서 49번이었다고 기억할 만큼, 학급 당 학생수가 많았다. 지금은 학급 당 학생 수가 스무 명 조금 넘는다는데도, 스무 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데. 때는 정말 그렇게까지 많았었나, 내 기억이 왜곡되었나 싶을 정도로, 학급당 학생수가 많았다.


키 순서로 번호를 정했던 중학교 때는, 3년 내내 3번인 땅꼬마였다. 지금은 177 cm로 대한민국 남성 평균을 넘는 나름 쓸만한 기럭지가 되었지만, 나는 중3 후반부터 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나보다 머리 하나 크던 교회 친구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 되어서는 나보다 머리 하나가 작아졌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 크고, 중1을 정점으로 성장을 멈추었고, 나는 중3 때 크기 시작하여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컸다.


나의 인생은 2030 청춘의 때에 오래 멈추어 있었다. 인생도 과거 스피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30 청춘의 때는 비록 비루했으나, 반짝반짝 빛나는 4050 장년 이후의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내 이름은 최다함이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윗과 아브라함', '선을 다하라.',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세 가지 뜻으로 내 이름을 지어 주셨다.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한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만날 때면, '최다함'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친 주목과 관심을 받았을 뿐이다.


교회 목사님들께서 설교에 자주 사용하시레토릭이 있다. 역사 history는 '그 예수님의(his) + 이야기(story)'라는 다. 기독교인에게 인류 역사는 예수님의 이야기이겠지만, 영단어 history의 어원이 his + story '예수님의 이야기' 또는 '그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단어 history는 his + story의 합성어가 아니라, '탐구, 탐문, 조사'를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historia에서 온 단일어다.


1999년 대학교 새내기 때 처음으로 한 일이, 과 선배를 따라 학교 전산실에 가서 이메일 계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의 첫 이메일은 한메일이 아니라, 서비스가 중단되어 사라진 한겨레 신문사의 하니메일이었다. 한겨레를 좋아해서 하니메일을 만든 것은 아니었고, 선배 무작정 따라 하기로 만든 첫 이메일이 하니메일이었다. 나의 첫 인터넷 아이디는 내 이름 그대로 daham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daham이란 아이디가 전부 고갈되어, 더 이상 daham이란 아이디를 만들 수 없었다. 나의 이름을 쓰면서도 다른 사람은 쓰지 않는 나만의 아이디가 필요했다. daham에 story를 붙여 dahamstory라는 아이디를 만들어, 퍼스널 브랜드로 사용해 왔다. 나의 삶의 궤적이 역사에 작은 발자국이라도 남기고 싶은 무의식의 욕망이 아이디 작명에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다함스토리』는 나 최다함의 이야기이다. '사랑 에세이'요, '인생 에세이'이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던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소녀를 사랑했다. 나는 소녀를 사랑했지만, 소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란 무지개를 찾아 떠난 '인생 여행' '사랑 여행' 가운데서, 상사병과 조울증에 걸려 2030 청춘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개털이 되었다.


사랑의 끝에서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 아내 에미마를 만났다. 아내와의 사랑으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 아들 요한이를 만났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결국 내가 세상에 바라던 단 하나 사랑을 얻었다. 다만, 그 상대가 달라졌을 뿐이다.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과 휴일에는 아내 에미마랑 아들 요한이랑 놀고, 틈틈이 브런치에 글을 쓴다. 아내 에미마랑 아들 요한이랑 집이나 카페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며 온오프라인 강연 다니는, 전업작가가 되고 싶다. 지금 내가 쓰고 독자가 읽는 나의 첫 에세이집 제목 『다함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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