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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24. 2021

정신과 환자의 연애, 결혼 그리고 사랑


'정신과 환자는 연애, 결혼하면 안 되나요?', 어느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의 썸네일 타이틀이다.


2000년 21살 조울증이 시작되었다. 꾸준한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로, 이제는 조울증을 조절하고 관리하고 있다. 아내 에미마는 나의 모든 사연과 상황을 알면서도, 나를 사랑해주고 나와 결혼해주었다. 아내는 자기가 날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날 치료하셔서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고 말이다. 아내를 만나기 전 꾸준히 병원을 다니고 꾸준히 약을 먹으면서, 이미 조울증을 어느 정도는 조절 관리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조울증을 극복했다. 조울증 극복의 알파 시작은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였고, 그 오메가 끝은 아내 에미마의 깊고 헌신적인 사랑이었다. 아내 에미마의 사랑이 나의 조울증을 치유한다는 사실은, 나의 주치의 선생님을 포함하여 내 주변의 모두가 한결 같이 동의하는 바이다.


정신과 환자도 사람이고, 당연히 사랑·연애·결혼을 할 수 있다. 정신질환이 분명 사랑·연애·결혼의 장애물이 되지만, 사랑·연애·결혼의 힘은 정신과 환자의 병을 극복하게 한다. 질병으로 인하여 사랑이 파국에 이르기도 하지만, 당연히 정신과 환자도 사랑·연애·결혼에 성공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심각할 때는 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란했던 조울증 환자였던 내가 정신과 상담·약물 치료와 아내의 사랑으로 조울증을 극복하여,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글을 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정신과 환자 중에 연애나 결혼을 위해서,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중단하려는 환자들이 있나 보다. 정신과 약을 먹으며 사랑과 연애를 한다는 것이, 상대에게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나 보다. 정신질환자가 사랑·연애·결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병원 잘 다니고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자신의 병에 대해서 처음부터 이야기할 필요까지는 없고, 사랑이 깊어지고 결혼이나 미래를 생각할 시점에 솔직하게 오픈하면 된다. 결혼 전 정신과 병력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사기결혼이고, 이혼의 중대 귀책사유가 된다. 나의 병을 모를 때 날 사랑했는데, 알고 나서 나에게 마음이 멀어지는 상대라면, 나의 인연이 아니다. 진지한 관계로 가는 시점에서 오픈을 했는데, 상대방이 사랑으로 안아줄 수 없다면, 인연이 여기까지인 것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나와 같은 경우에는, 지인의 소개를 통하여 에미마를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서로 알아가기 전에 어머니께서 지인을 통하여 에미마에게 나의 모든 사연과 처지를 전달하셨다. 아내 에미마가 내 모든 아픔을 알면서, 나와 사랑하고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결혼 직전 조울증이 재발했었다. 온전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내가 결혼을 깨려고 했는데, 아내가 나를 사랑으로 참아 주고 기다려 주었다.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결혼 후 아내 에미마의 지극정성 사랑으로 주치의 선생님도 놀랄 만큼 좋아졌다.


연애·결혼·사랑을 위해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약을 먹어야 증상이 조절되고안 먹으면 병증이 심해진다. 사랑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조절과 재발방지를 위한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을 존중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른 정신질환도 비슷하다고 들어 알고 있지만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20년의 조울증 경험에서 볼 때, 약물치료가 절대적이다. 주치의 상담의 목적도,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 약물농도가 적절한지 지금 어느 정도의 약을 써야 하는지, 면담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이다. 


정신과의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는 치료의 오메가 끝이 아니라 알파 시작이다. 정신과 의사가 조울증 치료의 모든 과정을 책임질 수는 없다. 정신과 의사의 영역이 있고, 환자와 가족의 영역이 있다.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증상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고, 꾸준히 약을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건강한 일상을 살아가며 병증을 조절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다. 전문의들의 진단과 처방을 존중하는 태도는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 정신과 전문의가 그 분야의 전문가 그룹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신과 환자들도 연애와 결혼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일반 사람도 어려운 그것을, 정신과 환자들이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마음을 비울 필요가 있다. 인연이 닿는 연인이 생겼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서, 진지한 사이가 되어갈 때 병력에 대해 오픈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소중한 사랑하는 연인이 생길수록,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예방차원에서도,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조울증도 극복할 수 있다. 정신질환도 극복할 수 있다. 상담과 약으로 질환이 조절해 가며, 제 짝을 만나 사랑도 하고,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룰 수 있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정신과 환자도 사랑·연애·결혼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다. 다만,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기 전에, 내 정신은 내가 스스로 챙길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세상과 관계를 이룰 수 있을 만큼의 치료와 치유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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