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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11. 2020

왕대추 배달을 마치고

한글날이라 우체국 택배가 배달을 안 해서 직접 배달을 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조울증으로 인하여 직장을 잃은 저를 위해서
평생 직장을 만들어 주시기 위해 정년퇴직 이후 시골집에 귀농하셔서
 왕대추농장을 만드셨지만, 아버지와 함께 다니고 아내 에미마의 사랑으로
회복되어 다시 건강해진 저는, 부모님을 떠나 아내 에미마와 저 둘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말 수원 인근의 수도권에 왕대추를 직접 배달하고 오늘 새벽에 논산 시골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왕대추를 수확하는 10월 한 달의 시골 농장의 일과는 오전에 왕대추를 따고, 오후에 분류하여, 우체국이 문을 닫을 정리를 하기 전까지 우체국 택배를 배송합니다. 지난주 금요일이 한글날로 공휴일이라서, 목요일부터 택배를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배달이 안 되는 공휴일 동안 물류창고에서 생과일이 상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목요일 금요일 딴 왕대추를 부지런히 분류하여 카니발 차에 싣고, 금요일 저녁에 논산 시골집을 출발하였습니다. 네 식구가 수원 일대에 배달을 마치고 오늘 새벽 일찍 논산 시골집으로 귀환하였습니다. 덕분에 이번 주말에는 수원 집 아파트에서 오래간만에 푹 쉬고 돌아왔습니다.


아버지께서 교장선생님 은퇴하시고 귀농을 결정하신 것은, 사실 전적으로 저를 위해서였습니다. 내가 스물한 살에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려, 13년 반 만에 겨우 강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년 반 동안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전문강사를 하다가, 조울증이 재발해서 병원에 다시 입원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다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동생 일을 돕고, 아버지와 400시간 이상 귀농교육을 받으며, 논산 시골집에서 왕대추농장을 했습니다다. 아버지께서는 연금 받으면서 쉬셔도 되고, 학교 선생님이면서 대학원에서 신학을 하셔서 목사님이셨기 때문에, 목회와 사역을 계속하셔도 되는데, 제 평생직장을 만들어 주려고 시골집에 왕대추농장을 만드셨습니다. 저는 왕대추 농사를 짓는 게 적성에 맞지는 않았지만, 딱히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다함 왕대추농장을 하는 논산 시골집과 농장은 아버지 고향이며,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와 평생 사시던 할아버지 집과 농장입니다. 할아버지께 농사 지으시던 다른 땅은 다 처분하시고, 지금 왕대추농장을 하는 570평의 농장만 남아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 농장에 딸기도 키우시고, 다른 여러 작물도 재배하시고 하셨습니다.


장시간의 귀농교육을 받으며, 왕대추농장을 아버지와 함께 준비하면서, 저는 건강을 회복하였고,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조울증은 병원에 꾸준히 다니며 잘 조절하고 극복했는데, 남은 문제는 마땅한 직업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다고 하지만, 당장 돈이 나오는 단계도 아니고, 부모님께 용돈 타서 사는 삶이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20년 동안 조울증에 방황을 하다, 마흔 즈음에 제정신을 차린 남자가, 마땅히 할 일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역경을 극복하고 청소년기에 건강했을 때보다, 더 좋은 상태가 되었는데도, 내 안에 잠자고 있는 거인이 있고, 상당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도, 마땅한 직업을 얻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아버지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귀농하여 왕대추농장을 내 평생직장으로 만들어 주기로 밀어붙이셨습니다. 강요는 아니었고, 언제든 내 갈길을 찾으면 가라하셨지만, 저는 농사가 적성에 안 맞지만, 다른 길이 없으니 아버지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제 모든 아픔과 상처와 현재 상황을 알면서도, 조건 없이 저를 사랑하기로 결정해 준 네팔 천사 에미마를 만나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에미마와 결혼하고 에미마의 비자 수속을 받는 동안 6개월 동안 신혼생활을 네팔에서 하였습니다. 네팔에서 아내 에미마와 신혼생활을 하고 있을 때, 아버지 혼자서 농장을 시작하셨습니다. 아내를 데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작년 하반기 반년 동안은 주중에는 논산 시골집에서 농사를 짓고, 주말에는 수원 집 아파트에서 쉬었습니다. 그러다 제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올해 2020년이 시작하면서, 논산을 떠나서 다시 수원 집으로 돌아와서 제 인생을 개척하고 찾기 시작했습니다. 국비지원으로 출판편집디자인 직업교육을 이수한 후에, 구직활동하는 동안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올해 왕대추가 수확하는 기간 동안에는 전적으로 부모님 왕대추 수확을 도와드리려고, 지금 아내와 논산에 내려와 있습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농장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월 한 달 왕대추 따고, 11월 초면 왕대추 수확이 완전히 끝날 텐데, 그때부터는 우리 부부는 우리의 길을 찾아서 가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우리 일로 바빠서, 동생 일과, 부모님 일을 함께 도와드릴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온 마음과 힘을 다해 부모님 왕대추농장 수확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 최다함 - 에미마가 나와 함께 네팔을 떠나는 날 배웅하는 가족들의 슬픈 표정


제 인생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으나, 상사병과 조울증으로 2030 20년의
청춘을 상실한 제가 단숨에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하기 위해
일단 지금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통한 첫 번째 책과
1인 출판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하여 논산집에 돌아왔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시골집 동네 교회에 가시고, 오늘은 아내가 기침을 하여 저와 아내는 집에서 수원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유튜브로 함께 드렸습니다. 점식식사 후에 잠시 쉬다가, 아내에게 집에서 쉬라고 아버지와 제가 가서 왕대추 따 오겠다고 했습니다. 아내는 몸이 좋지 않은데도 기어코 같이 가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장염으로 입원하여 맹장 수술하고 퇴원한 지가 얼마 안 되어, 아내 에미마는 제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못하게 합니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하면 자기가 와서 들고 절대 들지 못하게 합니다. 입원해 있는 일주일 동안 저와 부모님은 아내에게 밤에는 집에 와서 자거나, 아니면 낮에 집에 와서 자다 가라고 하는데도, 입원해있는 일주일 내내 제 곁을 지켰습니다. 의자 두 개를 이어 놓고 자며, 일주일 동안 저와 함께 병원에 지내다 제가 퇴원할 때 함께 논산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난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더는 풍요를 추구하고 마침내 부자가 되고 싶지만, 부와 사랑과 행복은 크게 상관관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자라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행복한 것도 아니니 말이죠. 부자가 되면 자유를 얻게 된다는 것도 절반만 맞습니다. 부를 얻으면 단지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일 뿐이죠. 저는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지만, 이것 또한 절반의 자유일 것입니다. 지금도 저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사랑과 행복과 절반의 자유를 얻었지만, 절반의 경제적 자유가 없기 때문에 불편할 뿐입니다. 상당히 많이 불편하고 제한되는 부분이 있을 뿐입니다. 그 제한이라는 것이, 아내와 카페 가고 싶을 때, 카페에 갈 수 없고, 아내와 외식을 하고 싶을 때, 외식을 할 수 없는 절반의 자유의 제한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자유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아내와 집에서 카누를 타서 먹을 자유가 있고, 집에서 요리 잘하는 아내가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을 자유가 있습니다. 저제가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경제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 지금 도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작가가 되기까지 현실적으로 작가가 되는 길과 가까운 직업훈련을 국비지원으로 받게 되었다. 출판편집디자인이라고 북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꿈을 향해 나가다 보니, 1인 출판사를 차려서 제 책을 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여 12번 떨어지고, 13번째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올해 11월 1일까지 마감하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첫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첫 번째 책은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출판사와 카카오의 마케팅으로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이를 스타트로 하여서, 제 1인 출판사의 대표작가가 되어 저와 다른 이들의 책을 내주는 1인 출판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책은 제 출판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대상 10인에 당선되어, 이를 통하여 출판되기를 소망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6시 일어나 수원에서 출발하여 논산에서 온라인 유튜브 예배를 드리고, 왕대추를 열심히 따고 크기에 맞게 분류하고, 저녁을 먹고 정리하고 쉬면서, 브런치의 오늘의 다이어리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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