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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12. 2020

실밥 풀고, 왕대추 따고, 글을 쓴다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왕대추 수확을 하고 글을 씁니다.

ⓒ 최다함


맹장 수술한 실밥을 풀었습니다


오늘 아침 논산 시내에 있는 고려병원에 가서 실밥을 풀었습니다. 추석 때 며칠 먼저 일찍 부모님께서 귀농하셔서 살고 계시는 논산 시골집에 내려왔습니다. 수확을 앞둔 왕대추농장 일을 도와드리려고, 일찌감치 내려왔습니다. 문제는 집에 오는 날부터 배가 아팠습니다. 평소에도 장이 좋지 않아 배가 자주 아팠지만, 그날따라 더 심했습니다. 밤새 설사를 했고, 그다음 날 병원에 갔습니다. 피를 뽑아 혈액검사를 하고, 방사선 촬영을 했습니다. 장염이 심해서 입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보통의 터지는 맹장은 아닌데, 맹장에 똥이 차서 가까운 시일 내로 입원하여 제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당장 입원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맹장이 아니라 장염이었는데, 어차피 또 입원하여 제거해야 할 맹장을 입원한 김에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추석 전 일요일 논산에 내려왔는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시골집이 있는 논산에서 추석을 보내기는 했지만, 논산집이 아닌 논산 시내의 병원에서 추석을 보냈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아내에게 밤에는 집에서 자고 오거나, 아니면 밤에 병실에 나와 함께 있으면 낮에는 집에서 쉬고 오기를 권했지만, 아내는 제가 입원하여서 퇴원하는 날까지 제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지내기를 고집했습니다. 2인실이었지만 보호자가 잘 공간은 없었습니다. 아내는 의자 두 개를 연결해 놓고, 일주일 동안 나와 함께 하며 의자에서 잤습니다.

 

ⓒ 최다함


지금 비록 우리는 가난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아내 에미마를 위해, 반드시 성공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아내 에미마와 저 최다함은 지금은 가난하지만, 이렇게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반드시 부자가 될 것입니다. 슈퍼리치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와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부자라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사랑이라는 무지개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청춘을 잃어버린 저는, 사랑과 행복은 찾았지만,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돈과 행복이 상관관계가 없다지만, 돈은 자유를 가져다준다고도 하지만 그것도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풍요와 번영은 경제적인 자유만을 해결해 줄 뿐입니다. 그런데 그 경제적인 자유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행복과 돈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으면 좋은 것입니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사랑과 행복은 사랑과 행복의 기술을 익혀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기술을 누구에게 배우든, 아니면 삶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익히더라도 말입니다. 사랑과 행복을 갈구한다고, 사랑과 행복의 마음이 있다고, 사랑과 행복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과 행복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랑과 행복을 얻는 방법은 돈도 Art도 아니라, 그에 관한 어떤 종류의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제 마음이 누군가를 향해 제 목숨까지 바쳐 사랑하고 싶다고, 상대방에게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닙니다. 제게 그럴 사랑과 행복의 테크닉이 있을 때, 그 사랑이 상대방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입니다.


ⓒ 최다함


부모사랑은 내리사랑이고 남녀 간의 에로스는 조건부 사랑이라 하지만
연인 간의 에로스는 어버이의 내리사랑보다 더 깊고 진하기도 합니다
에로스의 유통기한이 있다기보다 대부분의 연인은 현실세계에서
에로스를 순간순간 갱신하지 못하고 불을 완전히 소멸시켰을 뿐입니다


퇴원하고 집에 돌아왔지만, 아내는 그동안 저를 간호했던 자신의 피곤함을 살피기 보다도, 제가 시골집에서 부모님 왕대추 수확을 하느라, 육체와 정신이 상하지 않을까, 무리하지 않게 하려고 자세히 살핍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무조건적 내리사랑이고, 남녀 간의 사랑은 조건적인 사랑이라고 하지만, 아내와 남편 연인 간의 사랑이, 어머니가 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깊은 사랑이 되는 순간이 있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게 평생 유지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 뿐입니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순간순간 사랑을 갱신하여,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서로를 사랑하는 기술을 익히지 못한 것뿐입니다. 남녀 간의 에로스 사랑은 순간순간 갱신되고 갱신되어야 지속되는 것이지, 같이 평생 살아도 사랑의 불이 꺼지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입니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의 기술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저를 사랑하는 것보다, 아내가 저를 더 사랑합니다.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는 것보다, 아내가 저를 더 사랑한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다. 날이 갈수록 사랑은 희미해지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깊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갑니다. 사랑은 마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테크닉이 문제입니다. 아무리 죽기까지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지라도, 상대방에게 나의 사랑을 전달하는 테크닉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이 깊으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빠르게 익혀갈 수 있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기술을 더 빨리 습득하게 되겠지요. 남자는 다 똑같고 세상에 널린 게 여자라고 하지만, 모든 남자가 다 다르고 모든 여자가 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의 기술 또한 사람마다 다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A라는 여자를 사랑하는 기술이, B라는 여자를 사랑하는 기술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람은 모두 다 천차만별이라서, 세상에 존재하는 여자의 수만큼 사랑의 테크닉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떤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누구를 만나도 서로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겠지요.




ⓒ 최다함


실밥을 풀고, 왕대추를 따고, 분류하여 박스에 담고
우체국 택배를 보내고, 책을 써서 출간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 이제는 쉬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맹장수술 실밥 풀고 돌아오자마자, 집에도 들리지 않고 농장에 가서 왕대추를 땄습니다. 아내 에미마는 수술 해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가 왕대추를 따고, 왕대추를 분류하고, 또 쉬는 시간에는 출간 작가가 되어 글로 돈을 벌고 1인 출판사를 만들겠다고 글을 쓰는 저를 걱정합니다. 그러나 10월 한 달 왕대추를 수확하는 농장에서 쉴 틈이 없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쉬지 않고 일하시는데, 저라고 일 안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아내는 자신이 더 일하더라도 제가 쉬기를 바라고, 조금이라도 무거운 것을 들면 자기가 빼앗아가 대신 들고 가지만, 제가 무거운 왕대추 박스를 들면 제발 그러지 말라고 저를 혼내지만, 오늘 왕대추를 따서, 오늘의 왕대추를 분류하고 박스에 포장해서, 우체국 문 닫기 전까지 택배를 보내려면, 제가 무거운 왕대추 박스를 안들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도 더 이상 청춘이 아니시기에, 어머니 아버지는 저를 깊이 사랑하시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도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 이 시기 때문에, 우리가 돕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집에서 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왕대추 수확 기간에는 부모님 농장에 내려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최다함


제 자신보다 아내 에미마를 더 사랑하지만, 아내 에미마는 자기 자신보다
저를 더 사랑합니다. 아무리 아내를 사랑해도, 아내를 향한 저의 사랑보다
저를 향한 아내의 사랑이 더 깊고 웅숭합니다.


아내를 위해서 나는 오히려 이번 10월에 왕대추농장에 안 오려고 했지만, 아내 에미마가 기어코 왕대추 수확 기간에는 어머니 아버지 도와드려야 한다고 저를 끌고 내려왔습니다. 에미마는 최고의 아내고, 최고의 며느리입니다. 다만 우리는, 논산 시골집에 내려오자마자, 장염으로 1주일간 입원하고, 맹장수술을 해야 할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저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지만, 아내가 저보다 저를 더 사랑하고 걱정합니다. 저 또한 제 자신보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에미마를 깊이 사랑해도, 에미마를 향한 제 사랑보다, 저를 향한 에미마의 사랑이 더 깊습니다. 사실 우리의 결혼은 제 모든 아픔과 비루한 현실을 알고도 에미마가 저를 사랑하기로 결정해 주었습니다. 제가 에미마를 사랑하기 전에, 에미마가 용기를 내어 먼저 저를 사랑해주고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소년이 되고 여자를 향해 심장이 뛰는 본능이 눈을 뜨고 난 후부터, 항상 제가 상대를 먼저 더 많이 사랑해왔지만, 저의 끝사랑 아내 에미마만은 먼저 저를 사랑해 주었고, 에미마를 향한 제 마음보다 더 깊이 저를 사랑해 줍니다.


ⓒ 최다함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한지도 모릅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게
에로스의 경향성이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게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대개 나를 사랑하는 사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 마련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가수 김광석은 그의 노래에서 너무 슬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했습니다. 어려운 사랑이 좋은 사랑이 아니라, 쉬운 사랑이 좋은 사랑 아닐까요? 쉬운 사랑이 가벼운 사랑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우리를 축복하고 환영하는 사랑이, 가시 밭길의 사랑보다 좋지 않을까요? 일단 에로스의 불이 붙으면 그 어떤 주변의 반대와 탄압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 싸우게 되지만, 그 누구도 막지 못했던 사랑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주변에 저항을 받으면 그 불길이 꺼지고 산산조각이 나는 것 또한 우리는 많이 봅니다. 부모가 말리고, 세상이 환영하지 않는 사랑은, 둘이 아무리 깊이 사랑하더라도, 서로를 축복하며 다른 길을 가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랑이 떠나가도 내가 매력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른 사랑이 찾아옵니다.




ⓒ 최다함


하루에 8시간씩 4개월 동안 국비지원으로 직업훈련을 받고
구직활동을 하면서 얻은 결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 분야에서 취업불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다른 이들의 책을 베스트셀러를 목표로 출판해주는 1인 출판사를 창업하면서
모든 디자인을 해주는 투잡을 프리랜서로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저의 본업은 글쓰기입니다. 10월 한 달 대부분의 시간은 왕대추 수확을 하는 일에 힘쓰지만, 왕대추를 따고 분류하면서도 제 생각은 글쓰기에 가 있습니다. 그 외에 쉬는 개인적인 모든 시간은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제가 되고 싶은 것은 작가였습니다. 작가로서 호구지책을 해결하면서 먹고살기 위해서는, 내 책과 다른 이들의 책을 내줄 수 있는 출판사를 창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국비지원으로 출판 편집디자인 과정을 배웠습니다. 취업을 해서 3년 정도 현장 경력을 쌓고 창업을 하려고 했는데, 제 경력과 전공과 성별과 나이와 여러 면에서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현실만을 깨달았습니다. 3개월이라도 인턴이라도 되면 열심히 해서 계약을 1년까지 연장하고, 그 이후 3년 까지 연장하여 그 회사에 눌러앉을 수도, 더 조은 조건의 회사로 팀장으로 옮길 수도 제 회사를 차릴 수도 있을 텐데, 아무리 이력서를 뿌려도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조차 오지 않습니다.


ⓒ 최다함


전업작가로 생계가 유지되면 굳이 1인 출판사를 차릴 필요가 없을 텐데
그게 어렵다면 내 책과 다른 이의 책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주는
1인 출판사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모든 회사는 경력자를 우대하고, 당장 현장에 투입해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하고, 같은 업종의 아르바이트라도 경험이 있는 자를 우대하고, 여성을 우대하고, 젊은 사람을 우대하고, 미술이나 시각디자인이나 사진 등의 전공자를 우선하고, 컴퓨터가 능통하다는 것을 자격증이나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하고, 간혹 영어 능통을 공인인증점수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하고, 사장이나 팀장보다 어린 사람을 우대하고 하다 보니, 제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취업불가라는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열심히 과정을 이수했고, 포트폴리오도 잘 나왔지지만,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과 인디자인 3가지 툴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당장 상업적인 결과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을 포트폴리오에서 보여주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경제가 호황이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취업이 가능할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제 자신만 볼 때 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될지라도, 더 잘하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기 때문에, 취업불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이 분야에서 경력이 아닌 신입이 마흔한 살이면, 사장과 팀장이 부담스러워서 뽑을 리가 없습니다. 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은, 9년 차 디자이너의 희망연봉이 350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디다. 결론은 이력서를 뿌리기를 중단하고, 모든 지원자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능력을 갖출 때까지 밥 먹고 디자인 공부에만 열을 올리면 될지도 모릅니다. 3개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유튜브 보고, 책 보면서 세 가지 툴로, 실제 현장에서 눈에 띄는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이력서를 뿌리면 될 수도 있습니다. 운이 따르면 말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 기술로 혼자 시작할 수 있는 1인 출판사를 차리기로 했습니다. 1인 출판사를 만들기 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서, 글만 써서 작가로서 생활할 수 있는 돈을 벌며 살 수 있다면, 회사 안 차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제 회사를 가지는 것보다 글만 쓰는 게 더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글만 쓴다는 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종이책만 출간해서 돈 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종이책도 만들고, 전자책도 만들고, 강연도 다니고, TV도 출연하고, 교회 간증도 다니고, 제가 쓴 글을 기반으로 YouTube 콘텐츠를 만들어 부가수익 창출도 하고, 그렇게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올해 11월 1일까지 공모하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의 첫 책은 가능하면 역량 있는 출판사와 에디터와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서 출간하고 싶습니다. 그 후에 글만 써서 생활이 가능하다 판단이 되면 1인 출판사를 차릴 필요도 없고, 제 책과 다른 이의 책을 내주는 출판사가 필요하면 1인 출판사를 차려야 하고 말입니다. 전업작가를 꿈꾸어야 하나, 아니면 제 자신이 대표작가인 1인 출판사 사장을 꿈꾸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 최다함


단점을 극복하여도 그 영역에서 저는 평범할 뿐, 더 잘하는 천재들이
그 분야에 이미 널리고 널렸을지 모릅니다. 단점을 보완하면서
나만의 장점을 비범하게 키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4차 산업시대 초기에 들어선 빈익빈 부익부 시대의 생존전략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내 실력으로 인쇄소나 패키지 디자인이나 시각디자인이나 그런 곳에서는 바로 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나 고급 사진 보정들은 전문가들에게 외주를 줄 수 있는 정도의 출판사면 그 외에 북디자인은 가능하리라 봅니다. 어느 정도 역량이 있는 출판사들은 일러스트나 사진 등은 전문가에게 외주를 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소스들을 받아서 책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것을, 출판사의 북디자이너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사장인 1인 출판사를 하면 외주를 안 줘도 됩니다. 기본적인 디자인 능력이 있으면,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독자들의 눈에 보기 좋은 센스 있는 디자인 정도만 만들어 내면 됩니다. 현장에서는 독자를 설득시키는 디자인 보다, 팀장이나 사장을 설득시키는 디자인이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비지니스 관점에서 독자만을 설득시킬 수 있는 디자인만을 생각하면, 굳이 전문가에게 외주를 주지 않고, 기본적인 디자인 실력 가지고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집에 있는 책장에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가진 책을 하나 뽑아서, 그대로 카피하여 책에 맞게 조금만 수정하면 됩니다. 카피한 티가 나지 않게 조금 튜닝을 하면 됩니다. 구조는 유사하게 하고 사진과 디테일만 책의 주제에 맞게 창의적으로 바꾸면 됩니다. 실제 디자이너들이 아무것도 없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않습니다. 기존의 디자인들을 검색하고, 여기저기서 필요한 부분 뜯어 오고, 또 자신의 콘셉트와 맞는 레퍼런스 하나를 가지고 그것을 템플릿으로 정하여, 그 안에 들어가는 요소요소 소스들만 바꾸어, 디테일을 센스 있게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결정적인 것은, 돈이 되냐 안 되냐는 것은, 창의성보다 센스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대학이나 학교에서 배우면 더 좋겠지만, 제 눈에 보기에 가장 좋게 만들면 됩니다. 잘 못하는 것을 잘하게 하려고 애쓰기 보다도, 잘하는 것을 강조하면 됩니다. 제가 옛 직작에서 만났던 훌륭한 관리자는, 제게 단점을 보완하라고 코치하지 않았습니다. 단점을 덮을 수 있는 장점을 부각하라고 코치를 했습니다. 지금 당장 단점을 극복하려 하지 말고, 대신 남보다 잘해서 단점을 덮을 수 있는 장점을 키우는 것 또한 좋은 생존전략이 아닐까 합니다. 노력하고 공부해서 단점을 극복해도, 그 부분에서 앞선 사람들이 깔리고 깔렸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에서 괜찮은 실력을 갖추어도, 상대적인 순위에서 밀려 버리면 기회 조차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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