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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an 08. 2022

블루투스 이어폰 이어캡 어디로 갔나 했더니


병원 가는 날이다. 이주에 한 번 정신과 병원에 간다. 주치의 상담을 받고 약을 탄다. 지금은 조울증을 조절하고 극복하여 아무 문제없이 사는데, 재발 방지를 위해서 꾸준히 약을 먹는다.


코로나라 환자가 없어 힘든 병원도 많다는데, 내가 다니는 병원은 손님이 많아 개인병원인데도 예약을 미리 해야 한다. 선생님이 좋으시기도 하고, 정신과라는 게 나처럼 장기간 지속적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 손님이 많다.


"최다함 씨, 들어오세요."


내가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선생님 방에 들어가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나며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서 빼서 주머니에 집어넣는데 이어폰 캡 한쪽이 없다. 선생님 방 문 앞에 왔는데, 소파 쪽을 보아도 빠진 이어폰 캡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들어간 사이 누가 주워가면 안 되는데.' 뭐 누가 주어 가도 안될 것은 없었다. 집에 고이 모셔둔 스페어 이어캡이 있으니 말이다.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데, 그제야 왼쪽 귀에서 이물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끼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왼쪽 귓구멍에 대보니 이어캡이 귓속에 들어가 있었다.


정신과 병원을 나오며 네이버 지도 앱으로 이비인후과 병원을 검색했다. 바로 옆 건물에 있었다. 이어캡이 귓속 깊이 들어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앞에 있었던 것 같다. 내 손가락으로는 빠지지 않아 병원에 간 것인데, 귀 앞쪽에 걸쳐 있었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귓속의 이어캡을 간단하게 빼고, 귓속에 문제가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셨다. 아무 문제가 없어서인지 바로 나왔다.


이물질 제거라고 11000원이 넘는 진료비가 나왔다. 보통 진료비는 그렇게 많이 안 나온다. 정신과는 의약분업에서 예외 적용을 받아 나는 약국이 아닌 병원에서 직접 약을 타는데, 상담비와 2주치 약값을 합쳐서 만원대가 나오니 말이다.


이물질 제거가 처치비로 나와서 그런지, 아니면 비보험인지, 간단한 작업이었는데 다른 진료비보다 돈이 많이 나왔다. 물론, 그게 다 정해진 대로 받는 것이지, 의사와 간호사 마음대로 받는 것은 아닐 테다.


이어캡이 귓속에 오래 걸려 있었던 것도 아닌데, 뺀 후에도 왼쪽 귀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원래 왼쪽 귀의 존재가 느껴진다면 왼쪽 귀에 문제가 있는 거다. 원래 소중한 것은 평소에 그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존재감을 느낀다면 아프거나 존재를 상실했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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