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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r 17. 2022

아들 요한이는 아빠 바라기


내 아들 요한이는 아빠 바라기다. 아빠인 내가 회사에서 돌아오면 나를 쳐다본다. 늦게 퇴근해서 밤 9시 즈음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아들은 마루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내가 집 마루에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면, 아들의 시선도 나에게로 이동한다.


밖에서 집에 아내에게 전화하면, 아들이 내 목소리에 반응을 하나보다.


그렇다고 아빠가 엄마처럼 편하게 안아주고 놀아주는 것은 아니다. 아빠는 좋지만, 아빠는 불편하다. 내가 놀아주면 처음엔 웃다가, 금방 울고 힘들어한다. 아빠를 바라보는 것은 재미있지만, 아빠 품에 안겨있는 것은 불편한가 보다.


세 식구가 코로나가 걸려, 일주일 동안 외부로부터 격리된 채, 셋이서 집에서 보내고 있다. 사실, 코로나만 아니라면 이게 나의 로망이다.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셋이 지내는 것 말이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말이다. 코로나에 걸려 외부로부터 격리된 채, 집에서 세 식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먼저 아프기 시작하여, 뒤따라 아프기 시작한 아내가 많이 아플 때는, 아내 대신 내가 요한이를 봐야 할 때가 있다. 아내 에미마도 아픈 몸을 이끌고 아픈 요한이를 사랑으로 품지만, 몸이 일어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우리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요한이 침대에서 요한이와 함께 누워있거나, 아니면 요한이를 마루에 데리고 나와서 요한이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요한이는 아빠 바라기이다. 내가 이쪽으로 움직이면 요한이의 눈도 이쪽으로 돌아가고, 내가 저쪽으로 움직이면 요한이의 눈도 저쪽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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