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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May 14. 2022

남은 두 마리의 고양이도 나란히 왕대추 밭에 묻어주었다

이번 찾아온 고양이는 아니고, 2019년 9월 논산 시골집을 찾아왔던 고양이


"어머니, 남은 고양이 잘 지내요?"


어버이날 부모님을 뵈로 논산 시골집에 다녀온 이후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어머니께 전화하여 고양이의 안부를 물었다. 길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의 창고 문이 열린 사이 들어와 창고 선반 위 종이 박스에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낳고 갔다. 처음 하루 이틀은 어미가 사람 인기척이 없을 때 몰래 와서 젖을 주고 가나 했는데, 그 이후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돌보지 않은 듯하다.


아버지 어머니는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시지 않는다. 고양이를 특별히 싫어할 이유도 없으시나, 고양이를 키울 생각도, 전혀 관심도 없으셨다. 시골에서 길고양이는 반가운 존재보다는 성가신 존재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어린 고양이 새끼들이 밖에 나갔다가 밟힐까 봐 고양이들이 나다니면 안전하게 상자에게 넣어주시고, 집 앞 논두렁에 빠지면 건져서 상자에 넣어주셨다. 어머니는 인터넷에서 아기 고양이용 우유와 젖병을 주문하셔서, 스스로 떠날 때까지 돌보아 주시려 했다. 어린 고양이를 보니 갑자기 고양이가 좋아지신 것은 아니고, 집으로 들어온 생명을 내칠 수는 없으셨다.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동네 아주머니를 따라나섰다가 우리 집을 다시 못 찾았는지 그 길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노란 고양이 한 마리는 처음부터 유독 활동적으로 움직이더니, 가장 먼저 에너지를 잃고 어제 죽어 어머니께서 밭에 묻어주셨다.


오늘 어머니께 전화해 나머지 고양이 두 마리의 안부를 물었더니, 오늘 오전과 오후에 차례로 죽어, 세 마리가 우리 시골집 왕대추 농장에 나란히 묻혔다.


"동네 사람들이 그러더라. 고양이가 새끼들이 사람 손 타면 죽이거나 안 돌본다고..."

"그래서 손 안 대셨잖아요. 도구를 이용하거나, 비닐장갑을 끼거나, 하셨잖아요."

"사람이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고양이에게는 손 탄 것이라는데."

"그것은 아닐 거예요. 아마도 새끼 낳아놓고 잊어버리고 제 살 길 찾아갔겠지요."

"새끼들 죽고 나서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을 지켜보던데."

"그게 어미 고양이인 줄 어떻게 알아요?"

"맞아. 그렇게 우리 집 보고 있는 걸 보면 어미가 맞아. 그렇게 책임지지 못할 것이면 새끼를 낳지 말던지. 어미 고양이가 얼마나 밉던지."


고양이가 어머니 아버지께서 귀농하셔서 살고 계시는 논산 시골집 마당 창고에 새끼 4마리를 낳아 놓았는데, 한 마리는 스스로 집을 나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나머지 3마리는 어제오늘 차례로 죽어, 우리 집 왕대추농장에 나란히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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