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신촌 셀리스도넛에서 미니도넛 세트를 샀다. 네이버에서 '도넛 맛집'으로 검색한 결과 '서울 3대 도넛'은 아니지만, '신촌 도넛'으로 검색하면 좋은 평점으로 나오는 셀리스도넛에 갔다. 신촌 회사에서 퇴근 후 도넛 사려고 한남동이나 삼성동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연남동에도 서울 3대 도넛의 하나가 있다는데, 연남동 이름만 들어보았지 거기가 신촌 옆 홍대인지 몰랐고, 강남 어딘가 일거라고 생각했다.
6월 15일은 우리 부부의 한국 결혼식 기념일이었다. 2018년 12월 18일 네팔에서 결혼을 했는데, 국제결혼인지라 한국 하객을 모시고 2019년 6월 15일 한국 결혼식을 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과 혼인 날짜는 12월 18일로 지키고 있어, 기념일로 거하게 챙기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는 그래서, 던킨도너츠에서 미니도넛 세트를 사다 주었다.
신촌 셀리스도넛 (좌) / 던킨도너츠 (우)
"요즘 한국에서 도넛이 유행이래. 도넛 가게에 손님이 줄 서서 기다린데. 던킨도너츠 말고 개인이 운영하는 수제 도넛이 맛있다는데, 금요일 사다 줄까?"
"응"
'아니, 괜찮아. 던킨도 괜찮은데. 다음에 먹자' 대답할 줄 알았는데, '금요일 날 다른 더 맛있는 도넛 사다 줄까?'라는 질문에 바로 '응'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금요일 퇴근이 늦어져 아내에게 늦는다고 전화했다.
"오빠, 오늘 도넛은 사 오는 거야?"
"아니, 오늘은 늦어져서 못 사고, 월요일 날 사다 줄게."
"응"
아내는 기억력이 좋다. 작은 것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아내에게 내가 사다 주는 도넛이 도넛이 아니라 사랑일지도 모른다. 한 세트에 미니 도넛이 9개인데, 아내는 도넛 전부를 반씩 잘라서 나 반 아내 반 나눈다. 도넛 몇 개는 사온 당일 틱톡 영상을 찍으며 맛보기로 먹고, 나머지는 다음날 아침 식사로 먹었다.
아내는 콩 반 쪽이라도 나누어 먹고, 나는 다 내 입으로 들어간다. 그렇다 하여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란 것은 아니고, 입이 땡기는 데로 손이 가는 것이다. 나는 내가 내 것 챙겨 먹으면, 다른 사람은 자기 것 알아서 챙겨 먹겠지 하고 생각하는 주의다. 그게 무슨 주의까지는 아니고, 그냥 내 손이 내 입이 땡기는데로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