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Jul 08. 2022

회사를 다닌 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로서는 나름 꾸준히 버텨온 것이다


2021년 1월 27일부터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짧은 기간이지만, 나에게 1년 하고도 반을 같은 회사에 다닌 것은, 오래 다닌 것이다. 인내심이 없어서는 아니다. 2000년 군대에서 조울증에 걸리고, 반복된 재발과 오랜 방황으로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조울증의 재발 때문에도 그랬지만, 한 번 단절된 경력은 다시 이어 붙이기 어려웠다. 돈을 안 벌었던 것이지, 아무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명상센터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생활지도사도 했다. 13년 반 만에 영어교육과 학부를 졸업하면서 딴 중등 정교사 2급 외에도, 학점은행제로 사회복지사 2급과 한국어교원 2급도 땄다. 어머니께서 카페 하실 때 매니저를 하고, 동생 사업장 청소도 하고, 아버지와 귀농교육을 받고 왕대추농장도 했다. 4대 보험을 받고 돈이 되는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가족과 이웃의 도우며 소일하며 용돈을 받았다.


2018년 12월 아내 에미마랑 결혼했다. 모아둔 돈이나 직장이 있어서 결혼한 것도 아니었다. 아내 에미마는 나의 모든 상황을 들어 알면서도, 나를 사랑해주었고 나랑 결혼해 주었다. 아내 에미마는 자신이 나를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것을 채워주실 것을 믿었다. 물론, 아내 에미마가 한국에서는 돈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했다.


네팔에서 결혼을 하고 아내 결혼비자가 나오고 대학원 논문 통과하는 동안 2019년 5월까지 네팔에서 신혼생활을 했다. 네팔 장인어른 장모님을 초청하여 한국 하객들을 모시고 6월 한국 결혼식을 올렸다. 그 이후 2019년 하반기에는 아내랑 부모님과 주중에는 논산에서 왕대추 농사를 짓고, 주말에는 수원에서 놀았다.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건강한 평생직장으로 농장을 만들어주고 싶으셨고, 나는 아버지의 노년을 함께 해드리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전업 농부가 될 생각은 없었고, 해 없을 때 반짝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집에서 글 쓰고, 글 써서 책 내고 전업작가가 되어 시골을 떠나 다시 도시로 리턴하려 했다.


2020년 새해벽두부터 수원고용센터를 찾아가 취업성공패키지 국비지원으로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수원 집에서 강남 학원까지 출퇴근하며 4개월 강의를 들었던 것이 처음부터 취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 생산적 활동을 하고 있어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강요받지 않을 것 같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심히 출판편집디자인 과정을 이수했고, 기술을 습득했지만, 내 나이에 신입 디자이너로 취업할 역량에 이르지 못했다.


그때 즈음은 이미 취업 생각을 접었다. 내 책만 만드는 1인출판사를 집에다 사업자 등록해서 운영할까 했다.


2021년 1월 중순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그맘때 즈음 아기가 아내 뱃속에 생긴 것을 알았다. 동생은 나도 아기가 생겨 돈이 필요할 것이고, 동생도 회사를 1인 기업에서 법인으로 확장을 하니, 와서 일하라고 했다.


나도 내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일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내가 한 직장에서 이 정도 꾸준히 일한 것은 이전에 없었다. 물론,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지금은 일단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이직이나 창업 생각은 완전히 접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 글을 쓰기 적합한 환경인 일터를 찾는 게 아니라, 집과 카페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유튜브 하고 온오프라인 강연 다니는 전업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다.


전업작가가 아니라면, 1인 출판사나 글쓰기 교실을 창업해서 경영하느니, 지금 회사를 다니며 돈 벌면서 잉여 시간에 글 쓰는 게 낫다. 글쓰기가 돈이 될 때까지 회사에 다닐 것이다.


나는 회사의 주인도 아니고 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회사의 노동자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고 싶다. 글 쓰는 게 밥벌이가 될 때까지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