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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Jul 14. 2022

당근의 미학, 당근 당근 당근!!!

돈을 받고 나의 쓰레기를 버리는 시장


재봉틀 회사가 있었다. 재봉틀 너무 잘 만들어서 한 번 산 재봉틀은 고장 나지 않았다. 날개 돋친 듯 팔리다 재봉틀 회사는 망했다. 재봉틀 회사가 망한 이유는 재봉틀을 너무 잘 만들어서였다. 재봉틀이 날개 돋친 듯 팔려 재봉틀이 필요한 사람들은 한 대씩 다 샀고, 재봉틀이 고장 나지 않고 좋아서 새 재봉틀로 갈아타지 않았다.


전자제품을 만들 때 일정 연한이 지나면 소비자가 교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설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마트폰을 2년 주기로 교체하도록 설계한다던지 말이다. 진짜인지 음모론인지 나는 모른다.


회사 대표님이 회사의 안 쓰는 물건을 당근 마켓에 내다 팔라고 하셨다. 회사 대표님은 내 동생이다. 어머니께서 나랑 에미마랑 요한이랑 우리 가족을 위해서 직접 또는 고모를 통해 당근에서 물건을 사다 주신 적은 있어도, 내가 직접 당근에서 물건을 구매한 적은 없었다. 내가 어머니께 의존적이라서만은 아니고, 당근에서 물건을 사면 그것을 수령하러 가야 하는데, 나는 그럴만한 차가 없다. 그런 이유로 우리 부부는 아직 당근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데, 어머니께서 우리 가정에 필요하신 것을 당근에서 구해 가져다주신다. 나를 위해 쓰지 않던 당근을 회사를 위해 써 보게 되었다. 당근 당근 당근!!! 


모두가 그렇게 당근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당근 마켓은 돈을 받고 나의 쓰레기를 버리는 시장이다. 물론,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쓰레기지만,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쓸만하고 중고물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니 팔리는 것이다. 더 이상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똥값이 된 물건은 무료 나눔으로 풀린다.


나의 쓰레기를 당근에 버린다. 나의 쓰레기가 쓰레기가 아닌 염가의 중고 아이템인 사람에게 돈 주고 팔린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똥값이 되었을 때는, 무료로 풀려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인다.

당근의 미학이다. 당근 당근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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