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오늘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오늘도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 하나를 샀다. 오늘도 사은품으로 브런치 마우스패드를 받았다. 처음 브런치 마우스패드는 회사에 있고, 오늘의 마우스패드는 내 가방 속에서 내 집으로 가고 있다.
- 오빠, 어디야?
- 어, 오늘 이대 연습실 정리해서, 일 마무리하느라 늦게 끝났어. 지금 신촌에서 출발해.
사실과 거짓이 섞여있다. 회사의 점포를 정리하느라 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늦게 퇴근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늦게 끝난 것도 아니었고, 신촌이 아니라 종로에 있었다.
지난번 서점에 갔을 때는, 나 퇴근하고 서점에 왔어했다. 아내는 솔직히 이야기해주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다. 나는 퇴근 후 아주 많이 돌아 돌아 집으로 가지도 않지만,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조금 돌아 집으로 간다. 교보문고에 잠깐 간다던지, 오뎅이 맛있는 곳에서 오뎅을 먹고 간다던지, 그렇게 조금 돌아서 집에 들어간다. 입 쓱 닦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는 공식적으로 회사에서 늦게 끝난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의 변명 중 하나는, 나의 삶의 정직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와 함께하는 사람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