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Oct 30. 2020

사랑여행이 끝났다

더 이상 그 누구도 나 자신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강릉항 방파제에서 아내가 낚시하는 낚시꾼들을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다. ⓒ 최다함


사랑여행도

끝이 났다


계속 누군가 사랑할 한 사람의 대상을 찾아 방랑하다가,
다시 조울증이 재발하여 환자로 살 수는 없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랑을 놓았다.


아침편지 고도원 작가님의 명상센터 여직원 아침지기에 대한 짝사랑을 접은 후에, 나는 내 인생에서 더 이상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어떤 의지를 가지고 그랬던 것이라기 보다도, 아내를 만나기 전 나의 모든 사랑은 짝사랑이었고, 그 짝사랑은 나를 빈털터리로 빈집으로 만들어, 내 인생이 완전히 너덜너덜 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세상에 없는 사랑이라는 무지개를 찾아 떠난 사랑여행을 끝냈다. 더 진행할 수 없었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다가 또 거절하고 조울증이 재발해서 다시 아플 수는 없었던 것이다. 더더욱이 나이가 마흔이 다가와 오면서 말이다.


그 이후에도 의미 없는 경제생활은 하지 못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생의 실용음악연습실 사업장에 가서 동생의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태백에 계신 아버지 친구 목사님께서 운영하시는 정신지체 생활시설에서 생활지도사로 지내면서 온라인으로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고,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하신 아버지와 귀농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함께 논산 시골집에서 왕대추농장을 하기도 했다. 소일하면서 요양하면서 지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찾아 했었던 것도 아니고, 나는 집에서 책 보고 인터넷 서핑하며 글쓰기를 원했지만, 아버지나 가족이 나의 건강한 삶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일로 나를 이끌고 가면 나는 비록 끌려간 것이라도 내 발로 따라다녔다.


사랑으로 아팠다. 상사병에 걸렸고 조울증이 되었다. 사랑을 쫒지 않고, 내 인생을 살았었더라면, 사랑은 자연스레 따라왔을 때, 사랑으로 빛났던 내 10대의 인생은 2030 청춘이 되면서 완전히 십창 났다. 사랑한다고 사랑받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조울증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건강한 사람이 되어도, 어떤 여자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열심히 성공을 위해서 살기로 했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그냥 내게 주어진 일을 하며, 숨 쉬고, 밥 먹고, 똥 싸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살면 되지 않나 생각했다. 사랑도 꿈도 모두 버렸다. 인생 뭐 있어, 숨 쉬고, 밥 먹고, 똥 싸고, 세상 떠나는 날까지 시간을 죽이면서 사는 거지 그런 생각을 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나 자신도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기로 했다. 살면서 스치는 인연이 있으면 인스턴트 사랑이나 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시절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삶은, 집에서 TV를 아주 작은 소리로 틀어 놓고, VIBE 같은 음원사이트로 음악을 들으며, 책 읽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블로그 등에 글을 쓰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사는 것이었다. 조울증이 재발하여 과대망상 가운데 있을 때는, 강남역 호텔 방 하나를 사서 그 안에서 그러한 삶을 보내기를 원했던 것이고, 약물치료로 조울증 증상이 잡혔을 그때에는 부모님의 수원 집 아파트에서 그렇게 살고 싶었다. 동생이나 부모님 따라다니면서 일 한다고, 직장처럼 최저임금이라도 매월 따박따박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용돈 받아 사는 것인데, TV와 음악 동시에 틀어 놓고 책 읽고 글 쓰며 그렇게 살고 싶었다.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지만,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은, 지금 나는 이 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아침에 눈 떠서 7시 즈음에 글쓰기 시작하여 밤 10시 즈음에 침실로 들어간다. 아직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이 일을 현재의 직업으로 생각하며 하고 있다. 국비지원으로 직업훈련도 받고 구직활동도 해 보았는데, 결론은 취업불가라는 현실만 깨달았을 뿐이다. 취업을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또 평생 작가를 전업으로 하려는 것 또한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일단 되어 출간한 책을 가지고 활동하다가, 월급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제안받게 되면, 조건이 맞으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평생 글을 쓰는 작가가 될 것이라는 것이지, 그래서 지금은 글쓰기로 당장 돈이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글쓰기에 올인하여 전업작가로 살고 있지만, 조건이 맞고 부르는 데가 있으면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글쓰기는 일과 이후에 내 개인 시간에 병행할 수 있다고 열어 놓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에디팅 마치고 다시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