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번 추석은 아들 요한이의 첫 돌이기도 하다. 가족이 모였을 때 잘 이야기해서 9월 말일까지만 일하고 퇴사하려고 했다.
9월 월급을 10월 초일에 받으니, 9월 월급과 퇴직금으로 10월 한 달만 멈추어 가고 싶었다. 10월 23일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마감일까지 딱 3주 집에서 전업작가로 살고 싶었다. 그리고 나머지 10월의 마지막 한 주를 가족과 휴가로 보내고 11월 초일에 수원에 아무 회사나 취업해서 출근하고 싶었다.
더 이상 지금 회사에 못 다니겠다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 주변인을 설득하기 위한 이유가 필요하다. 첫째, 회사에서 집이 멀어 가정생활이 어렵다. 이 논리가 씨알이 먹히지 않는 것은, 가족 입장에서는 집에 와 있는 동안만이라도 딴짓거리 하지 말고 아내와 아들과 시간을 보내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둘째, 주일 오전 예배 한 번 드리는 것 외에 신앙생활이 어렵다. 이것도 신앙이 좋은 주변인을 설득하기 위한 거짓부렁이지 나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 사람 만나기 위해 교회 나가는 거지 신앙이 불꽃이 사그라든지 오래다. 다만 기독교회와 예수님을 존중하고 사랑할 따름이다. 내 안에는 믿음이 없다. 셋째, 나는 글을 쓰며 살고 싶은데, 지금 회사가 글 쓰는데 방해가 된다. 어느 회사를 다니던 일 하는 동안은 글을 못 쓰지만, 지금 회사는 퇴근하면 완전히 번아웃되고 탈진되어 글을 쓰기 위해서는 퇴근 후 오랜 충전의시간이 필요하다.
아내 에미마에게 이야기하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내가 다른 회사 다니는 게 싫다기보다 다음 직장이 정해지지 않은 채 퇴사하는 것을 불안해했다.
회사 다니느라 바빠서,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다음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나에게도 다 생각이 있었다. 9월 말일 퇴사하고 10월 초일 수원고용센터에 찾아서 11월부터 일할 수 있는 구직활동을 걸어놓고, 10월 3주 동안 글 쓰고 1주 동안 휴가를 보내면 된다. 안 되면, 물류센터 상하차, 공사판 노가다, 쿠팡 택배 배송, 이런 것 까지는 못해도, 스쿠터 하나 구해서 집 근처에서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배달은 할 수 있지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과거형으로 쓰는 것은 그런 생각이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갔다는 것이다.
내년 초 아내 에미마랑 네팔에 가서 한 달 지내다 오기로 했다. 내년 초에 캐나다에 있는 아내 오빠와 인도에 있는 아내 동생이 네팔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그때 우리도 합류하기로 했다.
그때 사표 쓰고 네팔에 가서 돌아와서는 글 쓰며 살고 싶은데. 글 써서 돈을 벌기까지는 지금 회사에 다니는 게 최선이다.
지금은 내가 직업이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작가가 쓰는 것처럼 글을 쓰지 못한다. 지금은 글을 쓰듯이 글을 쓰기보다, SNS를 하듯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나에게 글쓰기가 취미 나부랭이는 아니지만, 지금 나는 직장인이요 아빠요 남편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고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