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함 Sep 08. 2022

지금은 가볍게 글쓰기


동생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번 추석은 아들 요한이의 첫 돌이기도 하다. 가족이 모였을 때 잘 이야기해서 9월 말일까지만 일하고 퇴사하려고 했다.


9월 월급을 10월 초일에 받으니, 9월 월급과 퇴직금으로 10월 한 달만 멈추어 가고 싶었다. 10월 23일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마감일까지 딱 3주 집에서 전업작가로 살고 싶었다. 그리고 나머지 10월의 마지막 한 주를 가족과 휴가로 보내고 11월 초일에 수원에 아무 회사나 취업해서 출근하고 싶었다.


더 이상 지금 회사에 못 다니겠다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 주변인을 설득하기 위한 이유가 필요하다. 첫째, 회사에서 집이 멀어 가정생활이 어렵다. 이 논리가 씨알이 먹히지 않는 것은, 가족 입장에서는 집에 와 있는 동안만이라도 딴짓거리 하지 말고 아내와 아들과 시간을 보내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둘째, 주일 오전 예배  한 번 드리는 것 외에 신앙생활이 어렵다. 이것도 신앙이 좋은 주변인을 설득하기 위한 거짓부렁이지 나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 사람 만나기 위해 교회 나가는 거지 신앙이 불꽃이 사그라든지 오래다. 다만 기독교회와 예수님을 존중하고 사랑할 따름이다. 내 안에는 믿음이 없다. 셋째, 나는 글을 쓰며 살고 싶은데, 지금 회사가 글 쓰는데 방해가 된다. 어느 회사를 다니던 일 하는 동안은 글을 못 쓰지만, 지금 회사는 퇴근하면 완전히 번아웃되고 탈진되어   글을 쓰기 위해서는 퇴근 후 오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 에미마에게 이야기하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내가 다른 회사 다니는 게 싫다기보다 다음 직장이 정해지지 않은 채 퇴사하는 것을 불안해했다.


회사 다니느라 바빠서,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다음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나에게도 다 생각이 있었다. 9월 말일 퇴사하고 10월 초일 수원고용센터에 찾아서 11월부터 일할 수 있는 구직활동을 걸어놓고, 10월 3주 동안 글 쓰고 1주 동안 휴가를 보내면 된다. 안 되면, 물류센터 상하차, 공사판 노가다, 쿠팡 택배 배송, 이런 것 까지는 못해도, 스쿠터 하나 구해서 집 근처에서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배달은 할 수 있지 싶었다.


물론 그렇다고 과거형으로 쓰는 것은 그런 생각이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갔다는 것이다.


내년 초 아내 에미마랑 네팔에 가서 한 달 지내다 오기로 했다. 내년 초에 캐나다에 있는 아내 오빠와 인도에 있는 아내 동생이 네팔에 들어오기로 했는데, 그때 우리도 합류하기로 했다.


그때 사표 쓰고 네팔에 가서 돌아와서는 글 쓰며 살고 싶은데. 글 써서 돈을 벌기까지는 지금 회사에 다니는 게 최선이다.


지금은 내가 직업이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작가가 쓰는 것처럼 글을 쓰지 못한다. 지금은 글을 쓰듯이 글을 쓰기보다, SNS를 하듯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나에게 글쓰기가 취미 나부랭이는 아니지만, 지금 나는 직장인이요 아빠요 남편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지 않으면 내가 고단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은 글이 써지는 날을 기다려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