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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13. 2022

공포의 외인구단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중학교 때 우리 집에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초판 6권이 있었다. 내 돈 주고 산 것은 아니다. 사촌 형에게 물려받았다.


당시, 큰 외삼촌과 큰 이모는 부자였다. 외삼촌 집은 방배동의 마당 있는 2층 단독주택이었다. 이모 집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였다. 외삼촌과 이모의 자녀들은 우리와 터울이 있어, 사촌 형들이 쓰던 애장품을 우리가 물려받았다. 글러브 방망이 포수헬멧 등 야구장비 세트도 그랬고, 이현세 『︎공포의 외인구단』︎초판 6권 전집도 그랬다.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같은 반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6권 전체를 빌려 갔다. 친구의 친구가 해외로 이민 갔는데 들고 갔다고 했다. 말이 되지 않는 변명이었지만, 나의 보물을 그렇게 떠나보냈다. 그 친구와 같은 고등학교에 갔고, 같은 반이 되었는데, 그 친구는 자기가 내 보물을 가지고 날른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모른 척 한지도 모르겠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소년 최다함에게 바이블이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까치-


그런 사랑을 하고 싶었다. 모든 것을 주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었다.


성경의 주인공 예수님께서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그 사랑처럼 한 소녀를 사랑하고 싶었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주인공 까치가 자신의 인생이 파멸하기 까지 엄지를 사랑한 그 사랑처럼 한 소녀를 사랑하고 싶었다. 예수님과 까치의 사랑 이야기는 소년 최다함의 시랑의 각본이 되었다.


나는 예수님도 까치도 아니었을 뿐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소녀도 엄지가 아니었을 뿐이었다.


사랑을 했고, 조울증에 걸렸고, 개털이 되었다. 결국에는 아내 에미마를 만났고, 아들 요한이의 아빠가 되기는 했다. 사랑이란 무지개를 쫒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후에 사랑을 만났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라고 김광석 형님께서 노래하셨다.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이지만, 일상의 사랑은 사랑으로 행복해지는 것이지 아프고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목숨을 걸고,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상식적인 선상에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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