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7770번 빨간 버스를 타고 사당역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지갑이 없었다. 지갑 안에 카드 신분증보다 문제는 법인카드였다. 누가 주워 법인카드를 쓸까 가 문제는 아니었다. 카드를 분실해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며, 카드 분실신고를 바로 하면 된다. 문제는 회사 대표님께 법인카드 잊어버렸다고 말씀드리는 것 자체다. 우리 회사 대표님은 내 동생놈이다. 분실이 확실시되면 대표님께 말하고, 분실 신고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찌푸린 얼굴을 보고, 싫은 소리를 듣는 게, 피곤하다.
더더욱이 오늘은 출근시간 30분 이전에 도착해서, 어디 좋은 데서 커피 한 잔 하고 출근할 작정이었다, 젠장!
회사는 신촌인데, 회사에서 무인으로 관리하는 지점 중 하나가 방배에 있다. 그래서 오늘은 방배로 출근해 정리하고 신촌 회사로 가는 날이다. 방배로 가는 날은 버스를 타고 사당역에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 방배역에서 내린다.
정거장에서 다음 7770번 버스 기사에게 앞차에 지갑 흘렸는데 어떡하냐고 물었다. 무턱대고 반대 편에 가보라고 했다. 사당역에서 수원 손님을 내린 7770번은 도로 반대 편 버스정류장으로 바로 가 서울 손님을 태우고 수원을 향한다. 내가 그걸 알리가 없으니, 도로 반대 편에 가서 알아보라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반대편 정류장으로 오는 7770번 버스에 올라 내 지갑을 수색했으나 처음 두세 대의 7770번 버스에는 없었다. 저쪽에서 손님을 내린 7770번은 이쪽에서 손님을 태우는 것은 맞는데, 이쪽 버스가 바로 저쪽에 오는 것은 아니고, 그 사이 두세 대의 7770번이 끼어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