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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24. 2022

아내랑 아기랑 남이섬 단풍놀이 드라이브


아내 에미마랑 아들 요한이랑 남이섬으로 단풍놀이를 다녀왔다. 중고차를 사고, 운전연수를 받고, 논산 시골집에 다녀오고, 그 이후로는 어디라도 운전해 갈 수 있겠다는 자신이 붙었다. 어디 라도는 아니다. 주차장이 좁은 작은 빌딩 주차장에는 아직 못 들어간다.


- 오빠, 나뭇잎이 빨개지잖아.

- 단풍. 단풍이라고 해.

- 우리 남이섬 갈까?

- 그럴까?

그렇게 에미마 나 요한이 셋이서 남이섬으로 단풍놀이를 가게 되었다.


- 형! 11월에 부산 가기로 했잖아. 부산은 못 갈 것 같고. 내일 우리 어디 갈까?

- 우리 내일 어디 가.

동생 부부가 가끔 우리를 데리고 좋은데 여행을 가고는 했다. 올여름에는 평창에 다녀왔다. 동생이 11월에 부산에 가자고 했다. 형수님인 아내 에미마가 네팔에서 들어본 적이 있어 가고 싶어 하는 부산에 같이 가자고 했었다.

11월 부산여행은 어렵고, 당장 내일 어디 가자고 했다. 우리 가족끼리 남이섬 가기로 선약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거절했다. 남이섬 가는데 같이 갈래 할 수도 있었지만, 동생 부부와 여행 스케줄을 조정하면서 목적지가 바뀌면 안 되었다. 아내 에미마는 아들 요한이를 데리고 남이섬에 가고 싶었다. 부모 형제와 같이 하는 여행도 좋지만, 우리끼리 가는 여행이 편하고 자유롭고 재미있다.



그렇게 에미마 요한이 셋이서 남이섬에 가기로 했다. 멀리 관광지에 여행을 가려면 전날 짐 다 싸놓고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한다. 우리끼리 여행은 처음이라 평소 회사 안 가는 어느 휴일처럼 일어나, 그때부터 준비하니 10시 반에서야 집을 나설 수가 있었다. 이미 도로는 주차장이었다. 오후 3시 가까이서야 주차를 하고 남이섬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라, 주차장 옆 식당에서 먹고 들어가야 했다. 내가 섬에 들어가서 먹자고 고집하는 바람에 늦은 점심이 더 늦어졌다. 물론, 나는 에미마에게 물어보기는 했다.

"섬 밖에서 먹으면 식당에서 주차 할인해 준데. 섬에서 먹으면 식당에서 한 번 카페에서 한 번 실내에서 쉴 수 있겠지? 섬 밖에서 먹고 들어갈까? 섬에서 먹을까? 섬에서 먹으면 두 번 안에서 쉴 수 있고."

"오빠 마음대로 해."

아내의 의견을 물었지만, 아내는 내가 알아서 하라고 했고, 내가 좋은 대로 했고, 배고픈 나의 아내 천사 에미마는 빡쳤다. 천사도 배고프면 빡치더라.



선착장에 내려 관광지도부터 찾았다. 식당부터 찾았다. 파스타 집은 요한이가 먹을 게 없어 안 된다 했다. 한식집에 가기로 했는데 식자재가 떨어져 30분 기다려야 했다.

옆 집 닭갈비 집에 들어갔다. 돈의 압박 때문에 배불리 주문하지는 않았다. 닭갈비 바베큐 2인분, 된장찌개 하나, 공기밥 2개 시켰다. 관광지에서 점심 먹고 3만 3천 원 썼으니 비싼 것은 아니었다.

 

먼저 아들 요한이에게 공기밥에 집에서 가져간 연두부와 요거트를 비비고, 잘게 자른 닭갈비를 비벼 주었다. 요한이는 '꼬기'를 좋아한다.

원래 가려던 식당의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온 닭갈비 집이었지만, 아들 요한이가 맛있게 먹으니 좋았다.


내가 공기밥이 나오자마자 먼저 내 밥 일부를 떼어 요한이 주고, 아내가 아들 밥 먹일 때 내가 쌈에 고기 싸서 아내 입에 넣어주고, 밥 빨리 먹고 아내랑 교체해서 요한이 밥 먹여주니, 아내의 꽁 하던 마음이 풀어졌다.



밥을 먹고 걸었다. 요한이 산책시켜주려 남이섬에 온 것이다. 요한이 유모차를 태우고 걷다, 걷기 좋아하는 요한이를 마음껏 걷고 뛰게 했다.


토끼가 나타났다. 관광지에 사는 관광객이 주는 당근을 먹고사는 토끼라 그런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1도 없다.

요한이는 동물을 좋아한다. 강아지도 고양도 좋아한다. 논산 시골집에서 무섭게 생긴 동네 개가 짖어도 다가가서 보고 싶어 한다. 토끼를 본 것은 처음일 텐데, 토끼도 좋아한다. 요한이 그림책 전집의 주인공이 토끼이기는 하다. 일러스트로만 토끼를 보았지, 실제 토끼를 본 것은 처음이다.


카페는 가지 않았다. 돈 때문은 아니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에미마랑 요한이가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냈고, 섬을 나오기 위해 선착장을 향해 긴 줄을 서야 했다.

커피는 휴게소 편의점에서 사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셨다.



11월에는 하루 월차 내고 아내랑 아기랑 SRT 타고 부산 가서 쏘카 빌려 부산 해운대 여행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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