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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Oct 28. 2022

아내의 이유

여자의 마음은 어렵다

아내 에미마의 버킷리스트 1호는 부산여행이다. 네팔에서 들어 본 한국 도시가 서울 부산 대구다. 에미마 소원이 부산여행이라 하니 동생 부부가 11월에 같이 가자고 했다가 일정이 엎어졌다.


내가 우리라도 가자고 했다. 경비 부담도 있고 하니, 당일치기로 가자고 했다. 새벽 일찍 출발해 동탄역 주차장에 주차하고, SRT 타고 부산 가서, 쏘카로 현대 캐스퍼를 할인가로 빌려, 해운대를 중심으로 드라이브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오자고 했다.


남이섬 단풍놀이를 다녀와서 아내 말이 달라졌다. 11월에는 부산에 가자고 하니, 얼마 전과는 말이 뒤집혀 다. 아내 에미마가 나랑은 달리 생각이 자주 바뀌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 11월에는 부산 가자. 바다네 못 간다 하니, 우리끼리 가자. 호텔비가 많이 나오니까, 괜찮으면서도 싼 호텔 알아볼까?

- 아니, 괜찮아. 안 가도 돼.

- 왜?

- 돈 없어.

- 다음 달 월급 타면 가면 되지. 그럼, 새벽에 출발해서, 기차 타고, 렌터카 타고,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올까? 그날 가서 그날 오는 거야.

- 싫어. 요한이 추워.


부산을 그렇게 가고 싶었던 아내의 마음이 왜 하루아침에 바뀌었는지 몰랐다. 남자와 여자는 화성인과 금성인 사이와 같아서, 남자가 여자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 오빠, 이거 버려도 돼?

- 잠깐. 그거 봉투를 보니 bad news인 것 같은데.


수원중부경찰서에서 온 우편물이었다. 불길했다. 보나 마나 자동차 딱지가 날아온 것이다. 과속을 했나? 과속을 하기는 했지만, 바로 속도를 줄여 단속 카메라에 찍힐 만한 일은 없었는데 말이다. 과속 딱지는 아니었고 신호위반 딱지였다.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밟았다.


범칙금 6만 원 + 벌점 15점 또는 과태료 7만 원 중 선택 납부하라는 통지였다. 과태료 7만 원을 바로 입금했다.


- 아이고 어쩌나. 7만 원이네. 그래도 처음에 이렇게 벌금 먹었으니 앞으로 운전 조심하는 것 공부한다 생각해야겠어.

- 오빠, 걱정하지 마. 처음에 돈 내는 게 다음부터 조심할 수 있으니까.

- 에미마, 11월에 부산 갈까?


난데없이 부산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가끔 난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다.


- 그날 갔다 그날 올 거면 부산 왜 가? 부산까지 가서 하루 자고 와야지. 나중에 가.

- 그럼 내년 5월에 하루 자고 오자.


아내가 남이섬 다녀와서 다음 달 부산행의 마음을 접은 것은, 부산여행에 대한 판타지가 꺾인 게 아니라, 부산을 남이섬 가듯 가서 뭐 하겠냐는 것이었다.


우리 집 부산여행은 내년 2023년 5월에 하기로 했다. 그때는 좋은 곳에서 하루 자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다녀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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