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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Dec 13. 2022

열은 내렸지만 평소처럼 건강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요한이가 열성경련을 일으켰다. 두 번째다. 경련을 일으키는 순간을 직접 지켜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번에는 내가 잠깐 지하주차장에 내려갔을 때 경련을 일으켰고, 아내의 울음소리가 섞인 영문 모를 전화를 받고 뛰어올라왔을 때는 경련을 멈추고 의식이 돌아왔을 때였다. 아내가 요한이 눈이 어땠다고 이야기해주었는데 말로만 들어서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이 돌아가고 흰자가 보인 것은 아니었다. 눈 뜬 채로 의식이 없었다. 눈은 떴으나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요한아" 소리쳐도 반응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2분 정도였다.


사실 그 정도로는 병원 안 하는 주말이나 야간이라도 응급실에 갈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즈음에는 이미 경련이 멈춘 지 오래고,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집에서 할 수 있는 해열제 먹이는 일과 별 다른 것이 없다. 오히려 어떤 때는 침상도 얻지 못하고 보호자가 딱딱한 응급실 의자에서 아기를 안고 기다려야 한다.


응급실 다녀오고 하루가 지났다. 내가 회사에 있는 낮에 요한이의 열이 다시 올라서 에미마가 어머니랑 소아과에 다녀왔다. 해열제를 받아오고 조금 더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저녁이 되고 열이 내렸는데 요한이는 힘이 없다. 에너지가 넘치는 요한이는 평소처럼 움직이려 하나 몸을 완전히 가누지 못한다. 얼굴 표정에도 아픔이 묻어 있다.


열은 내렸지만 다시 평소처럼 건강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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