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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06. 2020

대체로는 꽁냥꽁냥, 어쩌다 티격태격

잉꼬부부이지만, 한 번씩은 이쪽에서 화내면 저쪽에서 달래주고는 한다.

수요일 철원 와수리 둘째 고모 댁에 김장을 담그러 갔다가, 오늘 오전 10시 50분 와수리 버스터미널을 출발하여, 시외버스와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에미마, 혹시 물 가져왔어?"


버스를 탔는데 목이 말랐고, 동서울터미널까지 가는 2시간 동안 마실 물이 필요했다.


"아니요. 물 없어요. 필요하면 사 와요!"


버스에서 내려 버스터미널에 매점이 있나 살펴보는데 없었다. 매점을 찾는 나에게 검표를 하던 버스기사가 터미널 옆에 있는 편의점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물 대신 옥수수수염차나 다른 차를 찾아보았다. 아내와 주로 이용하는 수원역의 편의점에는 1+1 음료들이 있어서, 1+1이 있나도 살펴보았는데 2+1은 있었는데 1+1은 없었다. 아껴 마시면 둘이서 옥수수수염차 1병이면 집에 오기까지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 1병만 샀다.


손에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들고 옥수수수염차 뚜껑을 따다가,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바닥에 떨어 트렷다. 그전에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난번에 스마트폰을 떨어 뜨려 더 이상 폰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액정이 나갔다. 어차피 스마트폰의 약정이 거의 끝나가던 시기였고, 그 기회에 갤럭시 S 20라는 좋은 스마트폰을 쓰게 되어서 해피엔딩이었지만, 종종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 뜨리면 가슴이 철렁하다.


전에 쓰던 스마트폰의 액정이 깨졌던 이유는 있었다. 젤리 케이스를 쓰다가 아버지께서 다른 케이스를 주셔서 스마트폰 보호 케이스를 바꾸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가 생겼는데, 내가 폰으로 주로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는 것이었는데, 두께감이 있는 보호 케이스를 끼면 영상 촬영을 위해서 스탠드 같은데 끼울 때 케이스를 빼야 했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경우에는 폰 살 때 기본으로 들어 있는 젤리 케이스를 제일 좋아한다. 아버지께서 쓰지 않으시게 된 케이스를 낀 이후에, 그전에 쓰던 젤리 케이스를 잃어버렸다. 유튜브 영상을 찍는데 불편해서 보호 케이스를 끼지 않고 다녔다. 마침 그때 액정이 나간 것이었다. 국비지원 직업훈련으로 강남의 학원에서 출판편집디자인으로 배우러 가던 어느 학원 통근 길에 신논현역 교보문고 정문 근처에서 폰을 떨어 뜨렸고, 액정이 폰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깨졌다.


그 후에 나는 스마트폰이 떨어지면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 씨!"


뭐 이런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오빠는 집에서는 물 마시지도 않으면서, 왜 밖에 나오면 꼭 물을 사서 마셔요?"


내 작은 짜증에, 아내 에미마도 작은 짜증으로 반사하나 보다.




"너네는 싸우지 않고 살아서 보기 좋다."


"우리도 크게는 아니지만 작게는 종종 싸워요."


우리 부부는 잉꼬부부이지만, 전쟁 같은 부부싸움은 안 하지만, 티격태격하는 작은 싸움도 싸움이라면 싸움을 안 하고 사는 부부는 아니다. 한쪽에서 화를 내면, 저 쪽에서 같이 화를 같이 안 내는 편이라서, 전쟁이 안 나는 것이지, 아내가 화가 날 때도 있고, 내가 화가 날 때도 있다. 다른 대부분의 부부를 볼 때도, 우리 부부 정도면 안 싸우고 행복하게 사는 편이지만 말이다. 내가 폭발할 때도 있고, 아내가 슬퍼 네팔에 가고 싶을 때도 있다. 대부분 꽁냥꽁냥 잉꼬부부로 지내지만, 때론 티격태격할 때도 있다. 2018년 12월에 결혼해서 아직 신혼이라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대한 사랑과 이해가 깊어지지만 말이다.


부부도 두 가지 부부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부부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도 식는 부부도 있다. 우리 부부는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 대해서 더 이해를 하게 되고, 갈등을 줄여 나아가고 해소하는 방법들을 배워 가는 것 같다. 세월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사랑은 깊어진다. 우리 부부도 작은 싸움도 싸움이라면 전혀 안 싸우는 부부는 아니지만, 그 정도면 싸움과 갈등인 부부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안 싸우는 부부가 어디 있어. 그런 부부가 있다면 더 이상한 것이지."


고모의 말씀이다. 세상에 안 싸우는 부부도 어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부부들은 어느 정도 싸우면서 사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그중에서도 거의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 중에 속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10시 50분에 와수리에서 출발하여,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애매했다.


"에미마, 점심 여기서 먹고 갈까? 집에 가서 먹을까?"


"지금은 별로 안 배고파요. 집에 가요."


강변역에서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갈아탔다. 일반행 전철을 타면 우리 집 아파트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화서역에서 내리고, 급행 전철을 타게 되면 수원역에서 내려서 수원역 환승버스정류장에서 우리 집 바로 앞에서 서는 버스를 갈아타고 온다. 마침 급행열차가 와서 수원역까지 오게 되었다.


"에미마, 집에 가서 밥 해 먹기에는 시간이 늦었고 힘든데, 수원역에서 먹고 갈까?"


집에 가서 먹자고 안 하는 것을 보니, 좋다는 표시이다. 


"밥 먹을까? 뭐 먹을까?"


"간단히 먹어요."


KFC에 가서 리치 치즈 징거버거 박스 하나와 타워 버거 세트 하나를 시켰다. 지금 인터넷에 들어가 가격을 확인해 보니, 오늘 우리가 간 KFC 수원역 점포에서 할인 프로모션 중이었던 것도 같다. KFC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가격보다 저렴하게 먹은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는 우리가 쓰는 화장실에서, 나는 부모님 방의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다. 우리 부부는 부모님 수원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부모님께서는 귀농하셔서 논산 시골집에 살고 계신다.


"오빠도 커피 한 잔 하고, 나도 한 잔 타 줘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나는 카누를 타서 마시고, 자신에게는 믹스 커피를 타 달라는 아내의 부탁 아니면 명령이다. 보통은 내가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아내 에미마에게,


"에미마, 커피 한 잔 타 줄까? 믹스?"


보통 아내에게 커피 마시고 싶냐고 표면적으로 물으며, 내가 커피를 마셔도 되냐는 허락을 받는다. 그런 저런 이유로 아내는 내게, "오빠는, 정말 클레버 Clever 해."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아내가 평가는 나는 스마트보다는 클레버이다. 그러지 않아도 내가 아내에게 먼저 커피 마시고 싶냐고 물어보려던 차에, 아내가 커피 한 잔 마시라고 한다. 물론 오늘 아내는 본인이 커피를 마시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제 어제 하루 종일 김장으로 고생했던 아내는 방에서 쉬고 있다. 오는 버스와 전철에서도 아내는 내내 졸면서 왔는데, 지금 아마도 방에서 자면서 쉬고 있을 것이다. 아내가 김장과 고모 집 청소를 너무 열심히 해 주어서, 둘째 고모가 아내 에미마에게 너무 고마워했다. 아내는 한 번 일을 하면 정말 열심히 해서 온 힘이 소진되어서, 한동안 쉬어 주어야 한다.


아내는 무슨 일이든 잘한다. 나는 아내가 공장이나 농장에서 일하며 몸을 쓰는 일보다, 사무실에서 일하며 머리를 쓰고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게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네팔에서 일하고, 공부해 왔던 일들이 그런 것들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아내는 무슨 일을 하던지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잘한다.


아내는 방에서 쉬고 있고, 나는 마루에서 노트북을 켜 놓고, 네이버 VIBE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아내는 기쁜 마음으로 자신이 다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고모 댁 김장 일을 돕느라 파김치가 되었지만, 나는 나대로 글을 써야 하는데,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피로한 시간이었다. 




나는 작가의 꿈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마흔한 살에 현실이 아닌 꿈을 좇는다고 뭐라 할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나는 현실보다 꿈을 좇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현실이 비현실적이고 꿈이 현실적이기 때문에서 꿈에 인생을 한 번 걸어 보는 것이다. 요즘 나는 나의 모든 시간을 글쓰기에 쓰고 있다.


아침 7시에 마루로 출근해서 노트북을 열어 놓고 음악을 틀어 놓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밤 10시 방으로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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