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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Nov 21. 2020

VIPS에서 맛의 재미를 누리다

동생 바다 부부의 아내 에미마 생일선물 CJ 상품권으로 VIP에 다녀왔다


아내 에미마와 VIPS에 디너타임에 갔다. 동생 바다 부부가 아내의 생일 선물로 CJ 상품권 십만 원 권을 주었다. VIPS도 CJ에서 운영하는 것인지 처음 알았다. 이 상품권을 처음 받았을 때, 나는 수원역에서 아내와 저녁 CJ 데이트를 계획했다. VIPS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CGV에서 영화를 보고, A TWOSOME PLACE에서 커피를 마시고, 하면 이 상품권을 다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빠, 영화 꼭 봐야 해?"

"아니, 오빠는 에미마에게 극장 구경시켜 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아내는 영화를 즐기지도, 극장을 즐기지도 않았다. 네팔에도 극장이 있다. 네팔에서 신혼생활할 때, 아내와 두 번 극장에 갔다. 아내가 평소에 극장을 가서 나를 네팔의 극장으로 데려간 것이 아니었고, 아내도 평생 극장 몇 번 안 갔는데, 내가 심심할까 봐 두 번 극장에 갔던 것이었다. 물론, 한 번은 에미마 친구와 같이 간 것 같고, 한 번은 에미마 오빠 가족과 함께 갔었다. 아내 에미마는 아직까지, 영화와 극장을 즐기지 않는다.


"그럼, 밥 먹고 투썸플레이스 갈까?"

"아니. 오빠, 이 상품권 다 써야 해?"

"아니, 60%인 6만 원 이상만 쓰면 돈으로 줘."

"그럼 다 쓰지 말고, 돈으로 받을까?"


상품권의 60% 이상을 쓰면, 현금으로 거스름돈을 준다는 내를 CJ 상품권 뒷면에서 읽었었다. 나는 10만 원 상품권이니 VIPS + CGV + A TWOSOME PLACE 이렇게 3종 세트로 꽉 채워 쓰면 되겠지만 생각을 했는데, 아내는 VIPS에서 식사하고, 남은 돈은 우리가 가지고 생활비로 쓸 수 있다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나는 꼭 저녁식사 극장 카페를 패키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어떻게 하면 잘 쓸까만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10만 원을 꽉 채워 쓰는 가능성만 생각을 했었던 것이지, 거스름 돈을 남겨서 생활비로 쓸 수 있다는 생각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에미마, 런치타임은 싼데 우리는 디너타임에 가자. 디너타임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더 있대."

"그냥, 싼 런치타임 가면 안 돼?"

"런치타임은 몇 가지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있어. 우리 돈으로 가면 런치에 가는데, 어차피 상품권이 있으니 이번에는 디너타임에 가자. 그리고, 디너타임에 가야지 상품권의 60% 이상을 살짝 넘겨, 돈(현금)으로 거스름 돈을 받을 수 있어."


VIPS는 이번에 처음 가 보는 것이고, 아웃백에 한 번, 애슐리에 몇 번 갔었는데, 보통 평일 런치타임에 갔었다. 저렴하게 먹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차피 우리 돈이 아닌 상품권으로 먹는 것, 아내에게 맛있는 음식들을 마음껏 먹여 주고 싶었다.


디너타임에 저녁을 먹어 보니, 매우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으로 아내 에미마와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또 한편 런치타임에 갔었어도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샐러드 바가 뷔페식이라서 많이 먹으려고 마음먹었는데, 과일 후식 포함하여 딱 세 접시를 먹으니 배가 찼다. 돈이 아주 많아서 잉여의 돈이 넘친다던지, 아니면 이렇게 상품권이 있어서 아내에게 맛있는 경험을 주고 싶다거나, 아니면 유튜브 영상으로 컨텐츠 제작 차원에서 방문한다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 우리 돈으로 갈 때에는 런치타임이면 충분하지 싶다. 물론, 디너타임으로 먹었기 때문에 둘이서 6만 원을 살짝 넘겨서 38600원을 거스름 돈으로 받았다.


"샐러드 바만 시킬까? 아니면 스테이크도 하나 시킬까?"

"몰라."


"샐러드 바만 시키면 되나요? 아니면 스테이크도 하나 시키는 것이 좋나요. 이런데 처음 와 봐서요? 샐러드 바만 시켜도 충분한가요?"

"샐러드 바만 이용하시기도 하는데요. 샐러드 바 드셔 보시다가 나중에 스테이크 시키셔도 돼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본 경험이 미천해서 어떻게 시켜야 하는 줄 몰랐다. 인터넷 검색해 보니 샐러드 바를 주로 이용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패밀리 레스토랑을 이용하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미리 인터넷 검색으로 패밀리 레스토랑 사용법을 간단히 공부하고 왔지만, 그럼에도 이론과 실전은 다르니까 웨이트리스에게 물어보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특별히 스테이크를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면 샐러드 바만 먹으면 되는 것 같다. 스테이크를 먹으러 온 것이라면, 스테이크를 시키면 샐러드 바 이용도 따라오는 것 같다.





"에미마, 오늘 어땠어? 맛있었어?"

"너무 맛있었어요. 재미있었어요."


아내 에미마에게 VIPS 디너타임은 맛있는 것을 넘어 재미있었다. 아내는 우리가 사귀기 전부터 내가 돈도 없고 직업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나와 결혼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내가 조울증으로 오랜 세월 방황하고 아파했지만, 자신이 나를 사랑해주면 하나님께서 나를 고쳐줄 것이라고 믿었다. 아내가 돈도 없고 직업도 없어도 나를 사랑하기로 결정한 것은,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아내와 내가 하나님 사랑 안에서 살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돈과 직업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네팔에서는 한국만큼 그렇게 돈이 중요하지 않았다. 돈 없이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네팔에서는 몰랐던 것이다. 네팔보다 우리가 훨씬 많은 소득을 얻지만, 네팔 젊은이들도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스마트폰 가지고 살고, 집에 와이파이를 설치한 집도 많고, TV도 있고, 기본적으로 집을 만들 때 난방이 들어가지 않아서 추워서 그렇지 길에서 살지 않고 집에서 살고, 생일 때는 케이크도 사서 자르고, 닭과 염소 등 고기도 먹고, 인테리어가 멋진 식당에도 다니고, 우리랑 똑같이 산다. 또한, 아내는 20대 때는 직장을 다니며 대학교를 다녔지만, 대학원 다닐 때는 오빠가 일본에서 돈 벌어서 용돈을 주어서, 오빠가 보내준 용돈으로 공부하면서 살았다. 아내 가족도 가난한 편이지만, 네팔에서는 다 가난하기 때문에, 아내는 네팔에서 평균적인 삶을 살았다.


조울증으로 경력이 단절되어 직장에 다니지 않고 돈을 벌지는 않았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살았지만, 동생 일과 부모님 일을 함께 하면서 살았다. 내가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글쓰기 책 쓰기에 미쳐 있는 것도, 글쓰기로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취미로 쓰는 게 아니다. 경제생활의 목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부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시는 데에도, 돈이 없으니까 힘이 들다. 나보다도 아내가 힘들다. 아내가 느끼기에 내가 아내를 많이 사랑해주고 나로 인해서 행복할 때에는 돈이 없는 것 때문에 서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나한테 섭섭해지면 아내는 돈이 없는 게 서러워지는 것 같다. 돈 자체보다 물질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돈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필요한 물질문명 물질문화의 일부를 살 수 있다. 내가 가진 돈만큼 살 수 있다.


사랑, 자유, 행복 등도 돈으로 살 수 있다. 다만 그 돈의 시장 가치만큼 제한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시간과 크기의 제한이 있는 만큼 살 수 있는 것이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돈이 없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돈과 행복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돈으로 행복의 일부를 살 수 있다. 만원이 있으면 만원 어치의 행복을 살 수 있고, 그 만원 어치의 행복의 유지기간은 대단히 짧다. VIPS에서 아내와 둘이서 64000원짜리 식사를 하면 그만큼의 행복을 얻는 것이다. 식사하는 한 시간, 그리고 그 식사를 하고 같이 데이트하는 한 시간, 길어 봤자 2시간의 행복을 64000원을 주고 산 것이다. 돈 없이도 얻을 수 있는 행복도 많지만,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행복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비싸고, 부자들에게는 껌값인 것이다.


아내에게 돈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아니라, '재미'를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아내는 그렇게 표현한다. 내가 아내를 행복하게 재미있게 할 때는 돈이 없어도 입이 나오지 않는다. 아내는 있는 돈을 쓰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다. 우리 형편만큼 근검절약해서 산다. 하지만, 내가 아내를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재미있게 해주지 못할 때는, 아내는 돈이 없어 재미있는 것을 못하는 것에 대해 섭섭해지는 것 같다.


내가 아내를 섭섭하게 할 때, 행복하게 하지 못할 때, 재미있게 해주지 못할 때, 아내는 틱톡에서 한국에 사는 네팔 여자들이 매일 같이 미용실 가서 손톱 정리하고, 예쁜 옷 사러 다니고, 그런 재미를 자신은 누리지 못하는 게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아내 에미마가 돈이 조금 생긴다고 하여 그런데 돈 쓰고 다닐 성격도 아니다. 나한테 섭섭하고, 나랑 사는 게 재미가 없고 텁텁해질 때, 그런 재미들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섭섭한 것 같다.


아내가 돈이 없어 서러운 것은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돈이 없어서 수술을 받지 못하는 네팔 어린이에게 돈을 보내주는 재미를 누리지 못하고, 시어머니 시아버지에게 용돈 받아서만 살고 용돈 드리고 선물드리지 못하고,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는 내 동생에게 동생 아들의 옷 하나 선물해 주지 못하고, 그런 베푸는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서글프기도 한다.


부모님과 주변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어서 돈은 없지만 잘 살아가고 있지만, 나 스스로 벌지 않은 돈은 자유가 제한이 된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젊은 우리 부부가 누리고 싶은 재미를 찾아 자유롭게 쓰고 그 재미를 SNS에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우리 SNS도 부모님께서 다 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우리를 지원해 주시면서, 우리에게 용돈을 우리가 얼마나 잘 쓰고 있나 감독하시는 성격도 아니지만, 정부나 부모님 돈 타서 쓰는 사람들은 항상 그 돈을 준 사람들에게 눈치를 보며 그 돈을 제한된 목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미마, 조금만 기다려. 오빠가 글 열심히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서 돈 많이 벌어서, 에미마 재미있는 것 많이 하게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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