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백신 맞는 날
오늘 3차 백신을 맞았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3일 연속 만 명이 넘었고, 이런 추세가 연일 계속된다면 하루 확진 자가 2만 명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회사에서도 거의 매일 확진 자가 속출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팀은 팀원 구성의 70프로는 재택근무를 준수해달라는 지침을 잘 따르고 있고, 각자 개인 방역도 잘 지키고 있어서 그런지 확진 자가 나오거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혹여 라도 내가 앞으로 확진 자이자 전파자가 될 수 있는 변수를 피하고자 2차 접종 후 90일을 막 넘긴 시점에서 3차 접종을 예약했다.
1,2차 접종 때는 백신 후유증으로 고생할까 봐 긴장도 하고, 백신 전 후로 맥주 유혹(술 약속)도 뿌리쳐가면서 백신 맞을 준비를 했던 것 같은데, 3차는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이번 부스터 삿 경우 백신 맞고 설 연휴를 침대에서 망치게 될까 봐 살짝 긴장은 했지만 백신 맞기 전 수칙 같은 것은 까맣게 잊었다. 이에 대한 증거는 어제 매일 글쓰기 ‘취중진담’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제의 내가 차가운 맥주를 꿀꺽꿀꺽 들이키며 단숨에 한 캔을 비운 후 두 번째 캔을 따고 반쯤 마셨을 때쯤 아이폰의 알림이 떴다.
‘내일은 3차 백신 맞는 날’
"어랏. 아 맞다! ㅠㅠ"
적당히 씁쓸하면서도 톡 쏘는 탄산 맛에 청량감을 주던 맥주에서 불시에 쇠 맛이 느껴졌다. 남은 맥주를 더는 마시지 말라며 몸에서 바로 반응을 했다. 항체율이 떨어지는 게 걱정되기보다는 맥주 때문에 고열, 근육통, 오한으로 정말로 설 연휴 5일 침대행 확정에 대한 우려가 더 컸기 때문이다.
남은 맥주를 바로 싱크대에 버렸다. 이게 뭐라고 콸콸 쏟아지는 맥주가 그렇게 아까웠는지 맥주를 버리면서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가벼워지는 캔의 무게감에 대한 섭섭함. 콸콸 쏟아지는 맥주의 소리와 금세 1g 무게만큼 얄팍해진 캔에게 아쉬움이 몰려왔다. 고작 맥주 반 캔으로부터 버림과 낭비에 대한 생각까지 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아무튼 나는 하루 종일 내일 백신 휴가라고 동료들에게 알리며, 미리 설 연휴 잘 보내라며 인사까지 해놓고선 막상 퇴근길에 혼맥에 눈이 멀어 백신 접종을 그새 그렇게 까맣게 잊었던 가에 대한 되묻음을 피할 수 없었다. 퇴근의 즐거움과 혼 술의 설렘이 더해져 내일 일을 까맣게 잊는 그야말로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carpe diem)를 누렸는지도 모르겠다.
3차 부스터 삿은 기존 백신의 양 절반만 맞는 거라서 덜 아플 거라고 AI처럼 말하던 의사가 알려줬다. 그래서 그런지 백신 접종한 지 11시간이 지났는데 주사 맞은 팔이 뻐근하고 주사 맞은 부위에 열감이 느껴지는 것 말고는 다른 증상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차 접종 때 침대에 누웠다가 오한으로 잠이 깬 적이 있었다. 윗니 아랫니를 부딪칠 정도로 덜덜 떨리는 경험을 하고 타이레놀과 쌍화탕을 6시간마다 챙겨 먹었었다. 이번에도 또 오한이 있을까 봐 상비약을 미리 챙겨뒀다. 혹시라도 오늘 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쌍화탕을 레인지에 10초만 돌려 따뜻하게 데우고 타이레놀 한 알을 함께 먹으면 오한은 금방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