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은 죽었나요?

쓸모없음에 관하여(1)

by 임다희

2년 전 일이다. 어느 날 디자인 센터 장(내가 속한 조직의 수장)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만 따로 불러 모았다. 우리 회사 디자인 센터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말고도 VMD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들 총 100여 명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다. 직무 별로 따로 소집한 상황이 흔치 않은 경우라서 스무 명 남짓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디자이너들은 회의실 커다란 테이블 주변에 둘러앉아 상무님이 입을 떼기만을 기다렸다. 상무님은 직설 화법보다 앞 뒤 말의 맥락적 이해가 필요로 하는 대화법을 즐겨하시는 분이라 다들 그가 하는 말에 어느 때보다 더 귀를 기울였다. 이 날 우리가 들어야 했던 메시지는 이랬다. 하나,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엎친데 겹친 격으로 코로나 여파로 매출은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 둘, 소비의 판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고, 향후 매장을 오픈하는 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일과 일하는 방식은 변해야만 한다.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에서 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 영역의 위기설이 떠돌기 시작했다. 매장으로 향했던 몇몇의 고객들은 코로나로 인해 아예 손발이 묶여버렸다. 주요 상권이라고 불렸던 동네, 젊은이들이 모이던 동네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고, 손님 잃은 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임대료와 같은 기본적인 매장 유지비조차 조달을 할 수 없게 되자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폐점하는 점포들이 늘어갔다. 항상 사람들이 많았던 번화가 텅 빈 그릇처럼 변해갔고, 화려한 불빛을 내뿜던 상점에는 임대 딱지만 덜렁 붙어있었다. 내 가게가 아님에도 텅 빈 점포들을 보면 그렇게 애석할 수가 없었다.


회사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할 만큼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변해야 한다는 것을 외면하려고 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위기를 잘 넘어 보자도 아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식 압박이 먼저인 상황이 참 씁쓸했다. 변하는 세상을 막을 수 있겠냐 만은 별안간 ‘쓸모 있음’에서 ‘쓸모없음’으로 취급은 유쾌할 리 없었다. 이것도 빙빙 돌려 말하는 그분의 말을 여러 번 되감기 하면서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버틸 사람만 남고 버티지 못하겠다면 알아서 나갈 준비하는 게 좋겠어.”

수치로 보여주는 성장과 이익 창출만이 인정받는 회사에서 역성장의 지점을 도려내는 일은 당연하다. 회사가 어떤 곳인지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런 취급은 직장인이라면 언젠가는 받을 수 있음을 예상했었다. 다만 머릿속으로 경험한 것과 직접 경험한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에게 회사란 무엇이었는지, 회사에서 나의 역할과 존재감이 무엇인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다’라는 믿음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에 필요한 사람과 나 사이에 두 갈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회사에 필요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느냐에 고민을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