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로 끝나는 것은

일종의 병일지도 몰라

by 임다희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것은 나를 갉아먹으려는 일종의 병이다.


하루에 대한 강박, 24시간을 꽉 채워 보내겠다며 조바심을 낸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내일을 본다. 내일이 오늘이 되고, 오늘의 채움을 만족하지 못한다. ‘이게 아닌데. 지금 이걸 하는 게 아니라 저걸 해야 했어.’ ‘왜 이것밖에 못했지?’ 나를 위해 보낸 시간에 만족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채워질까?


잡념을 잊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산을 오르며, 화창하게 핀 파란 하늘을 올려봤다. 숲 속을 거닐 때는 맑은 하늘 햇살을 듬성듬성 가려 준 초록 잎들을 보며 걸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떠나는 걸까?




종종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 완벽하게 외로운 사람으로 있어 보고 싶다는 생각.

완벽한 0이 되어서 다시 1부터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


이런 곳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




생의 한가운데 있는 나는 그런 곳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 방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대신 무언가를 비우고 게워내야 할 것인가 이것도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또 시작이다. 죄다 모르겠다.


그냥 버티면서 한발 한발 어렵게 어렵게 가면 된다고 가보자고 하다가도, 자꾸 멈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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