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다희 Nov 14. 2022

불안이 취미인 사람

며칠 동안 글쓰기를 하루 중 가장 먼저 할 일로 정해두고, 오전에 마감을 해보고 있습니다. 가장 흡족한 점은 밤에 심적으로 여유롭다는 거예요. 쫓기듯 급히 무언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느긋함이 좋더라고요. 그렇죠. 미리미리 하는 것은 뭐든지 다 좋습니다. 불안해지고 초조한 마음을 멀리 보낼 수 있어서 좋아요.      






불안과 초조가 꼭 나쁜 상태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저는 그래도 이 상태가 되는 것을 매우 꺼리는 편입니다. 물론 불안도 다 같은 불안은 아니고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바와 다르게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자행되는 불안이 있을 테고, 불시착 착륙처럼 외부로부터 전파된 불안도 있을 겁니다. 예민한 사람들에게 세상의 모든 자극이 불안의 근원이 될 수 있듯이, 불안은 저같이 예민한 사람에게 다양한 얼굴로 찾아옵니다. 


하긴, 이 세상에 불안과 초조를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요? 즐긴다는 표현이 적절치 않은 것 같네요. 즐긴다기보다는 자신의 불안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있겠지요? 적당히 영향받고 적당히 무시하면 좋겠는데, 그 적당하다는 정도의 기준점도 내가 정해야 하니,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 타지에서 사는 친구 A와 3시간 동안 보이스톡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불안한 우리에 대해 서로 깨닫고 정의를 내린 게 있습니다. 

 


‘우리는 불안이 취미인 사람들 같아'



불안이 취미인 사람들의 특징은 할 일이 생기면 잘할 수 있을까? 잘 안되면 어쩌지? 불안해하고, 할 일이 없으면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걸까? 나만 도태되면 어쩌지? 한다고요. 연신 '맞아! 맞아!'를 외칠 수밖에 없었어요. 완벽을 추구하고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사람들은 항상 불안을 옆에 끼고 살 수밖에 없다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녀와의 수다 3시간은 순삭으로 지나갑니다. 이런 진지하고 맥락 있는 대화를 나눌 사람이 주위에 없다며, 더욱 열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신해서 나타나는 이 불안이라는 감정이 왜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는 걸까 푸념을 늘어놓다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불안과 차라리 친해질 방법은 없는지 생산적인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불안과 가깝고 편안해지면 어떡해야 하는가? 둥 진지하게 의미심장한 대화를 3 시간을 나누고 결론은 다시 모르겠다고 마무리하게 되는 대화입니다. 어려워요.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이렇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은 것 같아요.       






불안해지는 낌새를 알아채면, 무심하게 뚝 내뱉으며,

'네가 또 날 찾아왔구나' 마치 제삼자 대하듯 하면 덜 휘둘릴 것 같은데 전 그렇게 무덤덤 성향이 결코 아닙니다. 게다가 빨리빨리 재촉하는 분위기가 너무도 당연시됐던 환경 속에 오랫동안 가스 라이팅을 당해서 그 때문에 나의 불안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하향 선을 그리며 날뛰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바이러스처럼 변이를 자유자재로 하면서 나에게 꼭 붙어있는 이 불안 감정을 떨쳐 버리고 싶어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본 적 있습니다. 약물 복용을 할 정도로 위태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괴롭고 힘들었을 때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방치만 했더라면 내 생활은 더 힘들어졌을 거예요. 그러니깐 불안해진 나를 방치하지 않았던 게 다행이다 싶지 나는 약을 먹지 않아서 다행인 것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지요.


자신을 파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불안이 취미인 사람들끼리 3시간이나 수다를 떨고서는 모르겠다고 마무리할지언정 '나는 이래'라고 말할 수 있는 거요. 지금 당장 결론이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이 또한 나를 찾는 아주 작은 단계의 과정이 아닐까요.


혹시 불안이 취미이신 또 다른 분이 이 글을 보시고 나도 이런 수다가 필요해! 하시면 주저 없이 연락 주세요. 3시간 정도는 수다 거뜬히! 가능합니다.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느릿하게 보내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