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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희 Nov 17. 2022

과일 드세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탐스러운 샤인 머스캣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 

어제 김치 사려고 집 앞 홈플러스에 갔다가 오랜만에 과일을 샀습니다. 사실 귤이 먹고 싶었는데, 귤 한 박스의 양이 너무 많아 보여 살까 말까 한참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다음에 사 먹자며 포기를 하던 참에 옆 매대 가장자리에 있던 샤인 머스캣을 발견한 것이죠. 장 본 것들을 정리하면서 샤인 머스캣은 비닐 포장이 되어 있는 채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오늘 하루 절반 이상을 무기력하게 보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날처럼 보냈습니다. 저녁도 베이글 반쪽으로 대충 때웠습니다. 입맛도 없고, 기분도 별로고, 나를 신선하게 만들 방법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냉장고에 있던 샤인 머스캣이 떠올랐습니다.      


흐르는 물에 대충 씻고 한 알을 떼어 입에 넣었는데,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알도 꽤 커서 다섯 알 정도 먹었더니 포만감도 느껴집니다. 포도에 함유된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때문에 신진대사가 활발해졌나 봅니다. 눈도 맑아진 것 같고, 가라앉았던 기분도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누군가의 잔소리가 들립니다. 임다희! 과일 좀 챙겨 먹어! 네. 저 과일 잘 안 먹습니다. 껍질 벗겨야 하는 과일은 더더욱 잘 안 먹습니다. 껍질 벗기기 귀찮거든요. 누가 벗겨주면 잘 먹긴 합니다만.      


아무튼 샤인 머스캣 다섯 알이 오늘 제게 약이 되었네요. 내일도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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