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이민 온 전업주부의 심경
일이 힘들단다. 누가 모르겠는가. 저금해 둔 돈은 없다. 이곳에서는 매월 받는 월급만으로도 생활이 빠듯한 터였다. 내가 나가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이곳에 온 지 한 달 남짓. 언어도 통하지 않지만 무엇보다 아직 비자가 없다. 비자를 신청하기 위한 약속도 잡지 못했다. 이곳의 시스템이 그렇다니 기다려보기로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디로 보낼 데가 없다.
사실 내 비자를 신청하려면 남편의 직장이 있어야 한다. 이제 직장도 없고, 돈도 없고, 비자도 없다. 극단적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현재로서는.
새로 일을 구한다고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번에는 나서지 않을 참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 성격이 되질 못해서 항상 앞장서서 끌고 가는 편인데 이제는 남편이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남편의 나라로 온 이상. 너도 한번 당해봐라 라는 마음도 살짝 있다. 그보다 이제 너도 그래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엄마와 결혼한 게 아니므로.
나에겐 아들이 없으므로.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지만 아무런 계획이 없었던 나는 모든 상황이 어리둥절하다. 누구의 말을 믿고 따라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 생각을 정리해 나가다 보면 결국은 내가 왜 여기에 왔지라는 생각에 머문다.
나에게 하나도 좋을 것이 없는 곳.
사람들은 왜 이민을 가는 것일까?
쉬워 보이는 길이 나오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내 멱살을 잡고 어려운 길로 끌어다 놓는 것 같다. 평범한 한국 여자로 살기는 망한 것 같으니 평범한 아내로 살아보자 싶었는데 그도 잘 될 것 같지 않다.
결국은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하므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평범한 나로 살아가는 일.
그게 나의 목표가 되었다.
( 하지만 다들 걱정 마시라. 나에겐 타마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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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