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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나는 외로움이 편한 것 같아

시골로 이민왔지만 달라진 건 없는데요

by Dahi

앞집 언니가 물었다. 괜찮냐고. 짧은 물음이었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한국에서 포르투갈로, 그것도 시골마을로 온 지 한 달.


그러게요, 저도 제가 괜찮은 건지 모르겠는데요?


앞집 언니는 리스본에 산다. 할머니를 보러 온 것. 일주일째 머물고 있다. 언니는 이곳에 오면 심심하다고 했다. 답답하다고 한 것도 같다. 하나 있는 식당은 저녁 8시면 라스트오더가 끝나고 동네는 조용해진다. 가게도 없고, 슈퍼도 일찍 닫는다. 막상 괜찮다고 대답을 하고 괜찮은 이유를 서둘러 찾아보았다.


사실 앞집 언니가 말한 이유에서라면 나는 괜찮다. 어차피 나는 저녁에 식당도 가게도 가지 않을 것이다. 가끔 슈퍼야 가고 싶지만, 한국에서도 잘 가지 않았다. 귀찮았으니까.


그리운 건, 한국말로 나누는 대화. 나는 한국어로 말할 때 들려오는 나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그걸 듣지 못해 조금 아쉽다. 한국음식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고. 요가원이 그립긴 하다. 함께 호흡을 나누며 수련을 하고 그 후에 나누던 시간들. 사실 엄청 사무치게 그리울 줄 알았는데 또 그건 아니다. 무덤덤한 성격이 한 몫한 것 같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 그래서 아쉬운 것도 있지만 그래서 다행인 것들.


평생 여기 살 건 아니니까요


하긴 이웃들은 궁금할 것 같다. 개 산책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를 집에서 지내는 내가 어떤지. 무얼 하며 지내는지 말이다. 남편은 쉬는 날을 빼고는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나 들어오기에. 그 시간에 나는 밥도 혼자 먹고 내내 말없이 개들과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주욱 나열해 보니 사람들이 걱정할 만도 하다.


시골로 이민 왔지만 아직 달라진 게 없는데요?


한국에서도 집 밖에 잘 나가지 않던 집순이. 다른 점이라면 일을 했다는 것. 하지만 마지막 무렵에는 그마저도 짧아져 3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점심시간 전에 돌아오곤 했다. 개와 산책을 하고 혼자 밥을 해 먹고, 요가를 하거나 티브이를 보며 혼자 시간을 보냈다. 가끔 언니네 꽃집에 놀러 가곤 했지만 그게 유일한 나들이었던 느낌이다.


남편이 포르투갈로 먼저 떠나고 난 뒤, 집 앞에 있는 편의점도 잘 가지 않았다. 아니 아예 가지 않았다. 귀찮았으므로. 전에는 남편이 이것저것 사다 주곤 했었는데 이후로는 차라리 안 먹고 말았다. 식료품은 인터넷으로 주문했고 가끔 차를 끌고 집 앞 마트에 가서 장을 봐오는 게 전부. 그나마 나를 산책시켜 주는 건 나의 개였다.


공간만 달라졌을 뿐 아직 크게 달라진 점은 느끼지 못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도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편이 편할 때도 있다. 집 앞에서 하루종일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지 않아도 되므로. 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말을 걸어와도 미소로 화답하며 가던 길을 마저 걸어도 되므로. 지금은 이 편이 좋다. 이게 외로움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렇다면 나는 외로움이 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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