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오토바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더 심해지기 전에 수리를 맡겼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 한국 같으면 당일에 하루이틀 만에 고칠 수 있겠지만, 당연히 일주일은 걸린단다. 남편은 일을 그만두기로 했지만 아직 며칠은 더 나가야 하고, 집에서 일터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없다.
대안을 찾아보겠다던 남편은 말없이 아빠를 데리고 나타났다. 하루이틀이야 나도 참을 수 있겠지만 기약 없이 계속 함께 지내는 건 너무도 불편한 일이다. 내가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오신다는 말은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남편은 일을 가고, 그 시간 동안 말도 통하지 않는 시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고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니. 더군다나 내 침대를 내줘서 나는 며칠 동안 바닥에서 잤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지낼 만도 했다. 천천히 말하면 내가 포르투갈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둘이 밥을 먹는 내내 포르투갈어로 얘기하셔서 남편에게 이제 난 밥을 혼자 먹겠다고 했다. 밥 먹을 땐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으니. 그 밖에도 당연히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에서 시부모님을 모시는 분들에 비하면 양반이지 싶다. 다들 존경스럽다.
오늘 점심쯤, 남편을 데려다주고 장을 보고 돌아오셨다. 간단한 생필품과 호두, 오트밀, 빵 그리고 두 개의 튀김 박스와 밥. 그중에 음식을 가리키며 점심으로 드신다고 했다. 그리고 곧 튀김 한 박스를 가리키며 남편 거란다. 저녁에 퇴근하고 오면 주라고. 나도 튀김 좋아하는데.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지만, 저는요? 당연히 묻지는 못했다.
나도 엄마 있거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치사빤스. 나쁜 의도가 있으신 게 아니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나머지 물건들을 가리키면서 남편의 이름을 말하셨다. 알겠다고요. 동시에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 이런 기분을 느꼈을 때가 있었겠구나 싶다, 아니다 거의 없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남편이 좋아하는 걸 더 챙겨줬던 우리 엄마.
나도 엄마가 있는데, 엄마가 없다.
엄마가 보고 싶은 저녁이다.
아, 그리고 그 튀김 내가 먹어버렸다.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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