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한 지 두 달 만에 연결된 이민국
무엇보다도 비자를 먼저 신청해야 하지만 여름휴가철엔 무슨 일이든 진행이 되질 않는다. 내가 입국한 때는 7월 중순. 한창 휴가철이란다. 근데 휴가철이 9월까지라고? 더군다나 포르투갈 이민국인 Sef는 여러 가지 문제로 재정비를 한다고 시스템이 완전 먹통이다. 첫 비자 신청은 무조건 전화를 통해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화가 안 된다 7월 한 달은 연결음조차 없었다. 근처 도시에 있는 사무실에 갔더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Sef에 메일을 하나 보내준다고 했다. 물론 소용은 없었다. 매일 Sef에 전화를 걸어서 전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현재 비자가 만료가 되어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경찰은 쫓아오지 않을 테니. 비자는 입국할 때나 필요한 거라고 했다. 불법체류를 해도 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8월 중순부터는 연결음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사회라니. 어떻게 된 거지? Sef에 전화를 하고 싶어도 나는 전화가 되지 않는다. 남편이 쉬는 날이나 퇴근하고 나서야 전화를 걸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남편의 스케줄로는 도저히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남편은 일을 그만두었고, 9월이 되자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시간도 많아졌겠다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전화를 받는다. 사무실 직원은 아침 8시에서 9시, 저녁 7시에서 8시 사이에 전화를 거는 게 받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전화를 걸 생각조차 안 하는 남편을 재촉했다. 그 후로 남편은 저녁 7시쯤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이내 포기를 했다. 남편에게 말했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그게 30분이 되었든, 1시간이 되었든.
그러다 며칠 전, 방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데 전화 연결음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전화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연결음은 계속되었고, 나는 요가를 하는 건지 전화를 하는 건지 내 마음은 벌써 그 옆에 가 있었다. 그러다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전화가 연결되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남편의 목소리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예약 가능한 자리가 없단다. 자리는 그때마다 열리고, 현재는 자리가 없으니 다음에 다시 전화를 하란다. 네? 다음에 언제? 때는 금요일이었으므로 월요일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월요일 7시 반쯤 다시 전화가 연결이 되었다. 이제 전화연결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다들 휴가에서 돌아왔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예약가능한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하는데, 자리가 없으면 그 이후로 예약을 잡아주면 되지 않나 싶다. 전화 상담원의 잘못은 아니므로 알겠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다시 전화를 걸 때 물어볼 것들을 생각해 놓았다. 현재 비자가 만료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체 언제 예약을 할 수 있는지. 왜 이렇게 답답한지. 지금 이 상황이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맞는지. 물론 그건 물어보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화요일 아침, 이번엔 아침에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8시가 땡 하자마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강아지 산책을 하며 전화 연결음에 귀를 기울였다. 40분쯤 지나 전화가 연결이 되었다. 이번엔 진짜 오래 기다렸다. 그래도 한다면 하는 한국인. 나는 전화가 연결될 때까지 전화를 걸 작정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친절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여러 가지 물어볼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남편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웠다. 옆에서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전화를 끊은 남편은 내게 좋은 소식과 그다지 좋지는 않은 소식이 있다고 했다. 나는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얼른 말하라고 했다. 먼저, 전화가 연결된 건 분명 좋은 소식. 현재 나의 여행 비자를 배우자 비자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90일 체류기간을 넘겨야 한다며, 비자 신청 예약날을 그 후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90일이 넘어가는 그 시점. 딱 그날. 10월 중순이다. 하지만 그 자리가 언제 오픈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또 계속 전화를 걸어야 한다고 한다. 네? 뭐 이런 대책 없는 나라가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제 지친다.
앞서 말한 건 아마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라면 좋은 소식은 배우자의 경우 90일 이외에 두 달을 추가로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12월 중순까지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계속 전화를 걸되, 10월 중순 이후의 예약 자리이면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큰 도시의 사무실도 다녀왔고, 두 번의 상담원 연결도 있었지만, 왜 이제야 이런 사실을 알려주시는 거죠?
물론 걱정은 한시름 놓았다. 며칠 뒤부터 또다시 매일 전화를 걸어봐야 하지만 나에겐 약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사실. 그리고 끝까지 전화를 걸면 언젠가는 전화가 연결된다는 사실. 그런데 비자신청부터 이렇게 답답한데 제가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한국인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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