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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이민 온 지 3개월 만에 떠나게 된 사연

제 남편은 포르투갈 사람인데요?

by Dahi

벌써 포르투갈에 온 지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어쩜 이리 빨리 지나갔는지, 별달리 한 것도 없는데 시간만 먹었나 보다. 3개월 동안 포르투갈 이민국(Sef)에 비자신청을 하기 위해 예약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 연결이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연락이 된다고 해도 항상 자리는 없다고 했다. 이렇게 나의 여행비자 3개월은 거의 끝이 보였고 어떻게든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민국 전화 상담원은 현지 배우자의 경우 5개월까지 체류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일단 내 여권에는 3개월 도장이 찍혀있고, 나에게 2개월이 남았다 하더라도 그 기간 내에 비자처리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아니 비자 신청이 가능할지라고 말해야 더 정확하겠다. 비자 신청도 못해보고 떠나는 사연은 이러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강아지 산책을 할 때면 이민국에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이민국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전화를 오픈하므로 아침 8시가 땡치면 남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대부분은 우리가 항상 산속을 걷고 있을 때이다. 그마저도 전화가 걸리면 다행이고, 전화량이 많을 경우에는 그냥 전화가 끊긴다. 이렇게 산책이 끝날 때까지 전화가 연결이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고, 한 시간가량 전화를 걸어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때가 태반이었다. 오전에 전화가 연결되지 않은 날은 오후에도 전화를 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옆에는 전화를 두고 계속 연결을 시도한다. 운이 좋아 상담원 연결이 되어도 이제껏 예약 자리가 있다고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 3개월 동안 이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계속 전화를 하다 보니 조금씩 눈치가 생겼다. 전화를 걸면 나오는 음악과 멘트가 있는데, 그 멘트가 한번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20초 정도가 된다. 그리고 전화는 자동으로 끊긴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다시 멘트가 반복이 된다면, 그건 상담원 연결이 언젠가는 된다는 의미. 그리고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시 발견한 것은, 전화를 걸고 맨 처음 나오는 멘트에 따라 이 전화가 상담원과 연결이 될 것인지 아닐 것인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는 의문. 왜냐하면 지난번 마지막으로 전화연결을 시도했을 때 그랬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계속 시도하며 그 분석이 맞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그 이후로 상담원이 연결된 적은 없었다.



이제 며칠 뒤면 나는 포르투갈 가족들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 싶지만 결과적으로 안전하게 가자 싶어서 결정했다. 확신 없이 비자 신청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어떠한 서류 없이 2개월을 추가로 체류하는 것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김에 한국에 돌아가서 필요했던 물건들도 가져오고, 가족들과의 시간도 보내고 오자 싶었다. 한번 나가면 3개월 동안은 돌아올 수 없기에 두고 가는 강아지들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가족도 떨어뜨려놓는 포르투갈 이민국. 너무나도 괘씸하긴 하지만 이 계기로 나는 7년 만에 홀로 여행을 떠난다. 7년 동안 부단히 도 강아지 옆을 지켰다. 매일 최소 4번은 바깥 배변을 시켜야 하는 강아지들 덕에 우리는 거의 매일 붙어있었다. 불리불안은 우리 강아지들이 아니라 내가 생길 것 같지만 갑자기 생긴 이 기회에 한국에 들어가기 전,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렇게 갑자기 혼자가 되었다.


[포르투갈 일상 브이로그 - 다람희daram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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