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hi Dec 03. 2023

[치앙마이] 일주일만 있다가 가려고 했는데

벌써 한 달이 넘어버렸다

처음 목적은 그렇지 않았다. 일주일도 길지 않을까 생각했던 차였다. 예매한 비행기는 2주 뒤에 있었고, 그동안 어디서 시간을 보내지라는 생각이 앞섰다. 먼저 치앙마이에 며칠 있다가 빠이로 가서 시간을 보낸 뒤에 다시 내려와서 돌아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벌써 한 달이 지나버렸다.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친구들은 거의 떠났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또 떠난다. 하지만 나만 남아버렸다. 이제 나도 어디론가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이곳에서 알게 된 태국친구가 랜턴페스티벌인 '러이끄라통'을 보고 가라고 한다. 러이끄라통까지는 일주일이 남았다. 사실 급한 것도 없다. 아니 달리 말하면 따로 가고 싶은 곳도 없다.


한국은 눈이 내렸다고 하는데 나는 이곳에서 매일 까맣게 타고 있다. 두꺼운 점퍼는커녕 운동화도 하나 없다. 그래서 못 가겠다 하고 비행기를 취소했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원하는 만큼 있다고 오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어느 쪽으로도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국과 포르투갈의 중간 어디쯤인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려고 했는데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분명한 것은 치앙마이 다음에 갈 곳은 한국도 포르투갈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 나에게는 시간이 있다.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이전 05화 [치앙마이] 서른셋, 나는 무엇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