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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i Dec 03. 2023

[치앙마이] 처음엔 비행기를 취소하더니

이번엔 비행기를 연기했다


이곳에서 지내는 게 재밌는지 글쓰기도 마다한 채 시간을 보내다 보니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비행기를 취소하더니 이번엔 비행기를 연기했다. 비행기는 다음 주 수요일이었다. 이번엔 정말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계획대로라면 내일이면 방콕으로 갔다가 하룻밤을 지내고 수요일에 비행기에 오르는 것. 하지만 며칠 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15일부터 시간이 날 것 같다고 한다. 비행기표는 친구가 예매했으므로 연기는 내가 하기로 했다. 그렇게 월요일만 보고 친구들과 작별인사도 하고 모든 게 애틋했는데, 나에게 2주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어제는 방콕에 예약했던 숙소를 취소하고, 버스도 연기했다. 나에게 시간이 더 주어지고 나니, 내가 얼마나 이곳을 좋아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남은 2주. 이제는 정말 가야 한다. 이제까지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더 있어도 모자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때에 맞춰 잠시 자리를 비웠던 독일친구가 이곳으로 돌아왔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난 뒤 적적했는데 다시 힘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다음 일정에 대해서 간략히 말하자면, 일단 한국은 아니다. 앞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쩌면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이 여행을 여기서 마치기는 너무 아쉬우므로, 나는 호주로 간다. 7년 전,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 만났던 친구를 7년 만에 만나러 간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해진 곳. 아마 생애 두 번째 여름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내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그다음으로 따라오는 내 생일은 어쩐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어디든 상관이 있으려나.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면 그게 어디든, 누구와 있든 또는 혼자이든 즐거운 경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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