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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n 26. 2019

알쓸신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블랙 미러> 사전

이라 쓰고, 별거 없는 easter eggs라 읽는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X 넷플릭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참여작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아멜리에>에서 아멜리에가 좋아하는 것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옛날 영화에서 옥에 티 찾기다. 벽을 기어가는 개미가 마치 남자 주인공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여자 주인공의 입속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던가,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안에 있는 듯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앞은 보지도 않은 채 핸들에 손을 얹고만 있다던가 하는 모습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한다.  


그와 비슷하게 나는 영화 속에 나오는 배우들을 맞추길 좋아한다. '아, 저 배우 거기(다른 영화 혹은 드라마) 나왔었잖아.'라며 같이 영활 보던 이에게 이야기하면 열에 여덟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말한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아예 보지 않았거나, 영화를 보긴 했지만 잘 기억이 안 나거나, 혹은 그 캐릭터는 기억해도 그때 그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방금 본 영화에서의 모습을 연결시키지 못한다.


그럴 때면 공감을 얻지 못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살짝 인정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사람이 보지 않은 영화를 나는 봤다는 건, 내가 그 사람보다 영화를 더 많이 봤다는 뜻이 되고,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걸 난 기억한다는 건, 내가 그 사람보다 더 기억력이 좋다는 뜻이 되고, 또 그 사람은 미쳐 알아채지 못한 걸 나는 알아봤다는 건, 내가 그 사람보다 눈썰미가 더 좋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람이 본 다른 영화를 나는 안 봤을 수 있고, 그가 기억한 다른 장면을 나는 기억하지 못할 수 있으며, 그가 알아챈 다른 동일인물을 나는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인정받는단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 맘 속 뿌듯함을 느끼는 건 전적으로 나의 몫이니까.


요즘은 여기에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찾는 재미가 더해졌다. 이스터 에그는 게임 개발자가 게임 속에 몰래 자신만의 메시지나 기능을 숨겨놓으면서 시작됐지만, 이젠 영상물에서도 사용되종종 시리즈의 세계관을 설명하고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부여하는 데도 쓰인다. 러나 앞서 말한 배우 맞추기처럼 혼자 그걸 찾는 것만으론 반쪽짜리 즐거움밖에 느낄 수 없으며, '내가 이걸 찾았지요~!' 하고 남한테 얘기함으로써 그 즐거움은 비로소 온전한 것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찾은 이스터에그들을 여기에 공유하고자 한다.



TCKR System

- 에미상을 수상한 <USS 칼리스터>(시즌4)에서 게임 'USS 칼리스터'를 할 때 데일리가 관자놀이에 붙이는 VR 기기가 바로 TCKR System이었는데,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시즌5)에서 대니와 칼이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를 플레이할 때도 같은 기기를 사용한다. 칼이 대니의 생일파티에 와 건넨 종이가방 속 상자에 TCKR System이라는 각인이 되어있다.

- TCKR System은 전 시리즈를 통 틀어 가장 유명한 기기가 아닐까 한다. 위의 두 개 에피소드에선 VR 게임을 하는데만 사용됐다면, <샌주니페로>(시즌3)에선 VR을 통해 게임, 그 이상의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첨단기술을 이용해 만든 낙원은 늙고 병든 자들에게 젊고 건강한 무한의 삶을 선물한다. (2019.7.1 업데이트)


블랙 뮤지엄의 전시물들

- 아마 한 편 안에 가장 많은 이스터 에그를 갖고 있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한다. <블랙 뮤지엄>(시즌4)의 블랙 뮤지엄에는 범죄에 쓰였던 도구들이 전시되어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USS 칼리스터>에서 데일리가 사용한 윌튼의 아들 토미의 사탕이다. 그 외에도 많은 전편의 물건들이 전시된 걸로 알고 있으나 아직 해당 에피소드들을 보지 못한 관계로 눈에 띄는 건 그 사탕뿐이었다.

- 블랙 뮤지엄에 전시된 '공감 진단기'의 주인공 피터 도슨 박사는 사실 <당신의 모든 순간>(시즌1)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말로 리암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면접관 중 한 명으로, 이미 블랙 미러에 나왔었다.


그레인 광고

- 스스로 가장 잘 찾았다고 생각하는 이스터 에그는 <레이첼, 잭, 애슐리 투>(시즌5)에 나온다. 애슐리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레이첼과 잭이 방에서 콘프레이크를 먹는데 켜져 있던 TV에서 광고 소리가 들려온다. '하루 커피 한잔도 안 되는 돈으로 윌로우 그레인을 업그레이드하세요.' 그레인은 귀 뒤에 삽입함으로써 눈으로 본 모든 걸 기억하게 해주는 기기로, <당신의 모든 순간>에서 피의 간음을 잡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여기가 어벤저스인지 블랙 미러인지

- 모든 시즌을 통틀어 총 22편이라는 에피소드 수에 비하면 적지만, 마블의 영화를 좋아해서인지 그 캐릭터로 나왔던 배우들이 눈에 띄었다. <미움받는 사람들>(시즌3)에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웡이 경찰로 나오고,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팔콘이 아내를 두고 VR 섹스에 빠진 남자, 대니로 나온다. 남자 친군 '팔콘이 바람을 피우면 안 되지, 캡틴 아메리카가 될 자격이 없구먼!'이라고 했지만, 원래 스티브도 페기를 두고 그 손녀랑 사귀지 않았는가! 아, 록시트도 빼놓을 수 없겠다. 뭔가 낯익다-했던 단발머리의 그녀는 바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맨티스였다. 같은 단발머리였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로 분한 그녀의 모습은 신선했다.


왈도, 핫샷, 그리고 크리스마스

<왈도의 전성시대>(시즌2)에서 그냥 아이들을 위한 파란 곰이었던 왈도는 후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던, 과거 왈도의 목소리였던 제이미의 뒤로 고층빌딩의 전광판이 보인다. 그곳엔 역시 왈도의 광고가 걸려있는데, 그 왼편으로 '핫샷'(<핫샷>(시즌1)에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름)의 광고도 보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시즌2)에도 역시 왈도와 핫샷이 같이 나온다. 여자 친구에게 차단당한 조가 소파에 앉아 tv 채널을 바꾸는데, 그때 핫샷 방송과 핫샷에서 우승해 스타가 된 가수의 인터뷰 영상, 그리고 원래 왈도가 출연하던 뉴스가 연달아 나온다. (2019.7.21 업데이트)


화이트베어와 화이트 크리스마스

<화이트베어>(시즌2)에 나오는 의문의 기호가 있다. 뭔가  (볼록할 철) 아래에 구멍이 난 듯한 그 기호는 블랙 미러의 여러 에피소드에 나온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딸이라 믿었던 아이의 진실을 알게 된 후, 분노에 차 전 여자 친구의 아버지를 죽인 . 그가 갇힌 감옥 문엔 방 번호와 함께 그 기호가 새겨져 있다. 




'오! 맞아, 나도 이거 봤는데'라며 반가워하는 사람도, '내가 찾은 건 없네'라고 아쉬움반 즐거움반(내가 이겼다!)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직 블랙 미러의 모든 에피소드를 보진 않은 상태이기에 그럴 수 있으니 부디 기다려주길...! 곧 주인공 이름이 dahl이라는 <미움받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에피소드들을 찬찬히 보며, 내가 찾은 것들로 이 글을 더 채워나갈 테니.






+. 구글에 'Black mirror easter eggs'라고 치면 시즌1부터 시즌5까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찾은 다양한 이스터 에그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내가 직접 블랙 미러를 감상하며 (굳이 찾으려고 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눈에 띈 것들을 기록하는 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 찾습니다!

블랙 미러 시즌 5의 어느 에피소드에서 사무실 같은 곳의 컴퓨터 화면에 사냥개가 띄워져 있던걸 본 것 같은데 다시 찾으려니 못 찾겠더라고요. 분명히 보고 '어, 사냥개다!'라고 말했던 기억도 나는데, 그때 무슨 에피소드를 보고 있었는진 기억이 안 나니 '그레인이 있었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혹시 발견하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 <블랙 미러> 다른 글



*. 표지 사진 : Photo by Charles ��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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