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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Jun 24. 2019

5점짜리 사람과 2점짜리 사람이 공존하는 곳

블랙 미러 시즌3 <추락>을 보고

※ 본 콘텐츠는 <브런치 X 넷플릭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참여작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카페를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면전에 핸드폰을 대고 점수를 매긴다. 손님은 웃으며 커피를 건네주는 서버에서 별점 5점을 주고, 서버는 그 답례로 손님에게 5점을 준다. 하지만 평점이 낮은 소위 아싸들과 어울리면 자신도 낮은 점수를 받게 되고, 누가 얼굴을 바라보면 그 옆에 점수가 뜬다.

응~ 너 3.5점~


점수는 그냥 기분만 좋거나 나쁘게 하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에 입주하는데 드는 비용이 별점에 따라 차등 적용되며, 평점이 일정 점수 미만으로 떨어지면 직장에서 해고되고, 심지어 범죄자도 아닌데 비행기 탑승까지 금지된다. 뜨악하지만 이 상황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SNS에서 사람들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늘리려 나를 팔로우하면 너도 팔로우해주겠다며 '맞팔'을 외치고, 좋아요를 먼저 눌러준 사람에게 '좋아요 반사'를 해준다. 진짜 좋다는 뜻의 좋아요가 아니고, 진짜 널 따르고 싶다는 팔로우가 아닌,

내 좋아요와 팔로우를 늘리기 위한 투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올린 사진의 좋아요 개수는 몇 개인지, 그로 인해 팔로워는 몇 명이나 늘었는지는 그날의 기분을 좌우하고, 팔로워가 많은 이의 '좋아요'는 그렇지 않은 이의 것보다 더 기분을 좋게 한다. 사람들은 팔로워가 많은 이들의 친구, 자주 가는 장소, 즐기는 음식 등 많은 것들을 궁금해하고 또 좋아하며, 기업은 이들을 인플루언서라 칭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할 창구로 삼는다. 인플루언서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고, 각종 행사에 VIP로 초청받으며, 많은 경우 홍보비 명목으로 금전적인 보상을 추가로 받는다.




나 좋자고 상대에게 좋아요를 날리는 일은 비단 SNS에서만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얼마 전 다녀온 미국에서 구글맵 다음으로 가장 자주 쓴 앱은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우버였다. 대중교통시설은 잘 되어있지 않은 데다 여기서 저기 가기가 꽤 먼 곳이다 보니, 운전을 잘 못해 차 렌트는 엄두도 못 낸 우리에게 우버는 없어서는 안 될 잇템(It item)이었다.


처음엔 택시를 잡으려 허공에 대고 손을 휘저을 필요 없이 내가 있는 곳까지 와주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다. 어떤 기사는 길을 잘 못 들어 더는 못 갈 것 같다며 도착지 전에 차를 세워 우리를 걷게 했고, 어떤 기사는 호출할 때 지정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차를 세워두곤 내게 그쪽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툭 던졌다.


이럴 때 쓰라는 듯 우버에는 드라이버에게 점수를 매기는 기능이 있지만, 아주 솔직한 점수를 주는 건 좀 망설여진다. 드라이버 또한 라이더(rider)에게 점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이라곤 하지만 차를 탄 시간과 상황이 서로의 머릿속에 있으니 셜록이 아니라 왓슨 정도의 추리력만 발휘해도 그 점수를 준 사람이 누군지 감이 잡힐 것이고, 드라이버와 라이더는 서로 보복성으로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평점이 떨어질 수도 있단 생각은 사람들이 상대에게 솔직한 평가가 아닌,

자신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만한 평가를 하도록 한다.


서비스 제공자와 수여자가 서로 상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건 언뜻 보면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고, 블랙컨슈머를 거르는 좋은 기능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의 허(虛)는 평점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사람들이 그 잘못된 평점으로 서로를 대하게 한다.




이처럼 <추락>에서 보 사람들의 모습바로 지금,  여기 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아무에게나 좋아요를 누르고, 맘에도 없는 거짓말을 건넨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미지가 정말 좋으시네요, 소통해요♡"


겉만 번지르르한 음료를 시켜 사진 찍어 올리고 마시진 않으며, 오프라인 만남에선 각자 핸드폰을 확인하느라 대화를 잇지 못는 모습은 온라인에서의 모습을 가꾸느라 현실을 버리는 작금의 현상 반영한다. 이러다간 곧 온라인 평판이 실제 그 사람의 가치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금방 올 것 같다.  


하지만 서 말했든 온라인 평판은 정확하지 않다. 엉터리다. 리고 백종원이 말했듯, 남에게 좋은 소리를 들으려 베푸는 과한 친절은 결국 스스로를 상처 내기 마련이다. 언젠간 주인공 레이시처럼 내 안의 '진짜 나'가 그만하라고 소리 지르는 때가 온다.


그러니 남의 눈과 입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아닌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믿자.

그건 적어도 엉터리는 아닐 테니까.





*. <블랙 미러> 다른 글



*. 표지 사진 : https://unsplash.com/@prateekkaty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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