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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밤일기 Feb 05. 2019

몽골 여행의 끝, 그리고 후유증

안녕, 몽골

몽골 여행이 끝날 때쯤, 나는 조금 많이 아팠다. 어떤 비유적 의미라기보다는 정말 몸이 아팠다. 뒤늦게 물갈이를 하듯 속이 뒤집어지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멀미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탈이 난 것 같기도 했다. 식은땀이 배어 나온 이마를 훔치고 공항 의자에 드러누웠다. 


집으로 가는 버스는 다섯 시간을 더 기다려야 출발한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저 인내하며 자리에서 버티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어떤 꿈을 꾸었는지, 또 잠들기 전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파서 끙끙 앓으며 선잠에 빠져들었던 그 순간에조차 몽골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렸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었다.


몸은 계속 아팠다. 몸살기와 함께 허벅지에, 종아리에, 팔뚝 여기저기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시퍼런 멍을 훈장처럼 단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밤의 꿈을 꾼 것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흐려져 갔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아쉬운 마음이 들어 그때의 것들을 악착같이 붙잡고 또 추억하곤 했다.


몸살기는 한참 전에 가셨고 그때 들었던 멍들도 빠져 제 색깔을 되찾은 지 오래인 지금에서야 허파 가득 들어찼던 몽골의 공기를 조금쯤 내보냈다. 나의 그리움은 메아리가 되어, 가장 찬란했던 그때로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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