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몽골
몽골 여행이 끝날 때쯤, 나는 조금 많이 아팠다. 어떤 비유적 의미라기보다는 정말 몸이 아팠다. 뒤늦게 물갈이를 하듯 속이 뒤집어지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멀미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탈이 난 것 같기도 했다. 식은땀이 배어 나온 이마를 훔치고 공항 의자에 드러누웠다.
집으로 가는 버스는 다섯 시간을 더 기다려야 출발한다고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저 인내하며 자리에서 버티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어떤 꿈을 꾸었는지, 또 잠들기 전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파서 끙끙 앓으며 선잠에 빠져들었던 그 순간에조차 몽골에서의 추억들을 떠올렸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었다.
몸은 계속 아팠다. 몸살기와 함께 허벅지에, 종아리에, 팔뚝 여기저기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시퍼런 멍을 훈장처럼 단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바로 얼마 전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여름 밤의 꿈을 꾼 것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흐려져 갔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아쉬운 마음이 들어 그때의 것들을 악착같이 붙잡고 또 추억하곤 했다.
몸살기는 한참 전에 가셨고 그때 들었던 멍들도 빠져 제 색깔을 되찾은 지 오래인 지금에서야 허파 가득 들어찼던 몽골의 공기를 조금쯤 내보냈다. 나의 그리움은 메아리가 되어, 가장 찬란했던 그때로 다시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