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구름 없는 맑고 높은 하늘에 고고히 떠있는 바라볼 수 없는 태양. 그 존재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이 뜨거운 빛을 내리쬐며 빛을 쥐어준다. 그 속에서 쉬어지는 숨과 뜨여지는 눈앞이 태양은 실존한다-라고 외친다.
햇빛을 적당히 한 번씩 가려주며 선선한 날씨를 선사하는 하늘에 흘러가는 옅은 구름들. 마치 바다 위에 요동치는 얕은 파도처럼 파란 하늘에 흰색 여백을 만들어 올려다볼 수 있게 해 준다. 결코 닿지 못할 존재가 아닌 듯이 보이는 하늘에 한 발짝 다가선다.
노을 진 하늘, 새파랗던 하늘을 붉게 물든인 숨어드는 태양. 숨어서조차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는 듯이 온 하늘을 자신의 빛깔로 물들인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에 자신이란 물감을 온통 칠해 덮어버린 듯한 모습에 다가섰던 하늘의 곁에서 멈추지 못한다.
하늘을 까맣게 덮어버린 엄청난 크기의 먹구름.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듯한 기세로 천둥번개를 내뿜는다. 순간 적으로 발하는 번개에 빛은 태양과는 사뭇 달랐다. 내가 알던 하늘의 빛은 이렇게 아픈 빛이 아니었고 시원하게 불어오던 바람과 그 밑의 평화로운 소리는 온데간데없고 스산한 바람과 귀를 찢을 듯한 천둥소리만 남아있다. 하늘이 낯설어진다.
결국에 하늘에서 세상을 적시듯 지나온 온기를 무시하듯 내리는 차가운 비. 지금까지 지녀온 온기와 빛이 다 지워질 만큼 지독하게 내린다. 한 편의 풍경화를 그려냈던 하늘은 찾아볼 수 없고 종이마저 울면서 색이 바래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녹아든 하늘이 사라진다.
비가 그치고 난 뒤에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나타난 밤하늘의 별들. 그 속에 하나하나 잘게 부서진 빛들이 나를 놀리는 듯하다. 버리고도 남았어야 할 풍경화를 붙잡고서 바래진 색을 머릿속에서 맞추며 하늘을 떠올린다. 이미 사라져 버린 하늘이지만 끝내 놓아버리지는 못하는 미련함.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려 작은 빛들에서 태양을 떠올리며 스스로 비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