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의

이상형은 환상에 불과하다

by 정다훈

-음, 절대 내 스타일이 아니야.

-그치만 키도 크고 잘생긴 편인걸?


그녀는 친구의 설득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이성과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 없는 그녀에게 남자는 환상이다. 그녀의 상상 속에 사는 남자의 모습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녀의 친구들조차 그녀의 얼굴이 아까워서 주변의 남자들의 요청에 못 이겨 소개해줄 때 외에는 결코 평범치 않은 남자들만 데려오고 있었다. 연예인을 해도 손색이 없을 외모의 남자의 열렬한 구애에도, 충무로에서 볼 법한 남자의 조곤 한 고백에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 한 왕국의 귀중한 공주님의 결혼 상대를 구하는 것 마냥 되어버린 그녀의 첫 연애 도전기.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오늘도 짝을 찾지 못한 마음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침대에 몸을 완전히 맡겼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까다로운 기준에 맞출 남자를 찾지 못할 것 같단 생각에 오만 남자의 사진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 것인지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떠들고 다니던 그녀는 딱 한 번의 사랑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추운 겨울에 마주친 찬 바람을 타고 와 따스한 말을 건네주던 사람. 분명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 근처에 있을 때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 같았음에도 어느 순간 내 옆자리에 당연하게 앉아있었고 상냥하게 말을 거는 경우가 없었음에도 기억 속에서 배려심 깊은 사람으로 남아있다.


그녀의 이상형은 그렇다. 더운 여름날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로 춥지 않을까 싶어 살짝 덮은 포근한 이불의 촉감 같은,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방 안에서 먹는 아이스커피가 되어주는 그런 사람. 봄에 피어난 수많은 생명들의 틈에서 흘러가는 한 줄기 강물이 가져다주는 선한 바람, 그 바람에서 풍겨오는 정겨운 풀내음이 만들어낸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녹아들 수 있는 향기를 가진 사람. 분명한 것은 이 모든 온기와 향기가 나에게만 내뿜는 매력이어야 하는 것- 유니콘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까 할 정도의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보지 못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과 환상은 커져가는 법이다. 여자가 한순간, 착각으로라도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생각하던 이상형이 완전히 뒤바뀔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여자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단순히 얼굴이 어떻고 키가 어떻고 성격이 어떻고 정도란 것을. 또한 자신이 이런 단순한 생각에 가둬지기 싫은 마음에 환상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단 것을. 이제는 깨달았다. 자신의 환상을 깨기 위해 만나봐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그때, 고등학생 때 걔랑 아직 연락해?

keyword
작가의 이전글넌 어떻게 말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