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비교를 한다. 물건을 살 때에도 디자인을, 가격을, 브랜드를 비교하며 어떤 물건이 더 우세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한다. 그 외에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이 길이 좀더 어떤 면에서 낫다는 생각이 든 비교에서 이긴 쪽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상담을 듣는다.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 말해 조언을 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 여자친구에게 비교를 강요당하는 설문같은 취조를 당하는 남자가 있다.
연인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가 맞다. 나도 사랑받는 것을 확인하고 싶고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싶다. 하지만 여자들은 유독 이런 문제에 기출변형이 너무 많다. '나 뭐 달라진 것 없어?', '뭐 먹고 싶은지 맞춰봐.' 등등 확인하기 위한 수많은 문제들이 하나같이 어렵다. 솔직히 입술색이 조금 바껴봐야 느낌적으로 아는 거지 별다른 차이는 못느낀다. 바꾸나 안바꾸나 예쁘니까 사랑한단 말을 하는게 아닌가. 음식이야 뭐 평소에 잘 먹는 것을 기반으로 말하니까 그나마 괜찮지만 유독 그날따라 땡기는 음식을 맞추는 것은 내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그냥 편안히 먹자 해주면 좋겠긴 하다. 헌데 지금 나에게 뱉은 질문은 이번 시험에 등급가르기 급의 문제다. 처음 들어보는 질문. '전 여친은 어땠어?'
순간 숨 쉬는 것을 잊었다. 분명 웅성거리는 백색소음이 가득한 카페였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1시간처럼 느껴지는 1초가 흘렀다. 만화를 보면 순간적인 사고회로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며 수많은 컷을 쓰지만 정작 흐른 시간은 1초도 안되게 표현해놓는 것처럼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왜 저런 질문을 하는 거지? 전여친에 대해서 내가 말한게 있었나? 뭔가 봤나?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었나?' 하는 생각으로 어색하게 하하-하고 웃으며 무슨 지나간 얘기를 하냐며 넘기려했다. 하지만 끝내 말해달라며 조르는 탓에 안말하자니 어색해지고 말하자니 끝내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 말을 꺼냈다.
뻔하게 말하는 것 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서두를 꺼냈다. 지나온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의 됨됨이나 추억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대한 방식을 말했다. 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있어서 무조건 진심으로 감정을 다해 대했고 그런만큼 사랑했던 사람이라 말했다. 지나와 돌아보며 그 사람을 폄하하거나 그 사람과 있었던 추억을 함부러 말하기는 싫으며 한때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으로써 지나온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그녀는 표정은 변하지 않았으나 역시나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닌듯한 반응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매순간 진심으로 사랑한만큼 서로를 위해서 뒤돌아보지도 않으려 멀어졌으며 그 시간을 함께 해준 것에 감사함을 표하고 있고 이제는 또다시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지금 당장 누구보다 사랑하는 것은 너라고.
남자가 열심히 말을 마치자 여자는 막 듣고 싶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나빠보이진 않는다. 솔직하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 넘치는 것을 보며 오히려 남자가 더욱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지나온 사람에 대해 가졌던 감정을 존중하며 사랑을 흘렸으며, 다가온 사람을 위해 감정을 표현하며 사랑을 쌓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얘기가 무엇이던 뭐가 중요하겠는가. 지금 당장 사랑하는 사람과 눈앞에서 추억을 나누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