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질투로
풋풋하게 시작한 우리의 연애의 출발점. 그곳에서 맞잡은 손은 봄처럼 따스했다. 하루 일과에 아무런 일도 없는지 오직 상대방의 안부와 일상을 묻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시작. 좋으니까 하나라도 더 알고 싶다고, 사랑하니까 더욱 깊은 모습까지 알고 싶다며 서로의 마음속을 엿보기 위해 노력한다. 봄에 피어난 꽃이 더욱 많은 햇빛과 물을 필요로 하며 자신의 몸을 키워나가기를 원하듯 우리는 보다 밀접한 연애를 위해 사랑을 주었다. 잠시라도 연락이 안 되면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찾을 듯이 궁금해했고, 같이 무언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학교 시험기간에 선생님이 시험범위를 정확히 짚어 준 것 마냥 메모장을 켜서 적어놓았다. 그렇게 쌓여가는 너에 대한 모든 것. 네가 오이를 싫어하는 것부터 비 오는 날에 마셔야 하는 커피 종류와 날씨 좋은 날에 먹어야 하는 냉면집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알아가고 있었고 세심히 챙겨주는 나를 졸하했다. 너도 마찬가지로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고 맞춰주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은 내 생일날 네가 사준 취향에 쏙 맞아 든 향기의 향수를 받았을 때, 우리의 서로에 대한 관심은 연인관계의 완전한 애정표현이었다.
그러다 사소한 문제로 싸움이 일었다. 친구들과 놀던 중 시끄러운 노래방에서 놀다가 알림을 듣지 못하고 함께 놀면서 핸드폰만 들여다볼 수도 없는지라 연락을 2시간 정도 못했다. 그전에 노래방에 간다고 말을 했음에도 너에게 많은 연락이 와 있었고 답장을 하지 않은 나에게 서러움을 토로하는 너와 이 정도도 이해 못 해주는 것에 대해 서러움을 느낀 나는 잠시 봄비가 내렸다. 비가 잦아들고 싸늘한 꽃샘추위의 바람이 불어올 때 나는 꽃을 사들고 가서 너에게 사과를 전했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리는 서로에게 과할 정도로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여름처럼 뜨겁게. 자신 외의 사람과 약속을 잡으면 화를 내면서 토라졌고 매일매일 수시로 서로의 일상을 모두 공유하길 바랐다. 지칠 수도 있었지만 서로 좋아서 그런 거니까-하면서 넘기고 점점 시간이 갈수록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오직 나와 너, 단 둘만 존재하는 듯이 지내왔다.
이런 생활을 얼마정도 했을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단체 전화를 하면서 자연스레 약속에서 나를 빼놓는 모습에 기분이 이상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한 친구들이 내가 없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그 감정은 돌고 돌아 너에 대한 의구심으로 바뀌었으며 그것은 곧 우리의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되었다. 잠시 멀어질 결심을 했다. 너에게 가서 말을 꺼냈다. 너무 지친다고. 너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과 거리가 생기고 매일, 매시간, 매초 마다 너에게 일상을 보고하듯이 의무적으로 연락하는 것도 일상의 모든 순간에 함께 해야 하는 것도 이젠 못하겠다고. 남자친구로 써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도 중요하다고 말하자 너도 지쳐있었는가 보더라. 잠시 말을 않다가 시간을 갖자는 얘기를 먼저 꺼내어 주더라. 그렇게 순식간에 일상이 바뀌었다. 너에게 모든 것을 들어내놓고 있던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갑작스레 차가운 바람이 나를 덮쳐 꽁꽁 싸매어 들었지만 외로움이 적실히 느껴지는 가을이 왔다. 시간을 가진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너에게 연락이 왔다.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지내보자는 말에 나도 흔쾌히 답했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하지만 이미 한 달을 멀리 지낸 시간이 있다면, 전과 똑같이 사랑할 수도 없을뿐더러 감정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우리도 느끼고 있었다.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간단한 것을 물어도 집착 같아 보였고 어느 순간 서로의 눈치를 지독하게 보고 있었다. 같이 밥을 먹는데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너와 함께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부담스러워졌다. 같이 있는데 외롭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나는 추운 겨울이 싫어 집안에 틀어박혔다. 점점 너와 만나는 빈도가 줄었고 함께하는 경우가 사라졌다. 그렇게 자연스레 가을에 살아 버터던 꽃은 강제로 뜯어져 사라졌다. 우리는 서로 알게 모르게 이별을 했다. 너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이 전화가 도착점이구나 하는 것을.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마지막 말은 뻔하게 잘 지내-라는 말 뿐이었다. 그렇게 꽃을 찾아볼 수 없는 추운 겨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