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상

행복을 담다

by 정다훈

눈을 뜨면 커튼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외에는 아무런 빛이 없다. 7평 남짓한 방 안의 침대에서 일어나 바로 앞 문을 열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열린 창문으로 새, 지나가는 차들,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들리는 건 기껏해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적막함을 털기 위해 커튼을 걷고 영상을 틀었다. 무언가 재밌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결국엔 오늘도 똑같은 일상을 보내겠지 하며 채비를 해 일을 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 안에서 매일 뭔가 다른 일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똑같은 일이지 않나 하며 정신없이 있다가 퇴근 시간이 되어 퇴근했다. 그래도 오늘은 야근은 안 한다는 기쁨에 평소보다 서둘러 챙겨 밖으로 나왔다. 일찍 얻은 자유에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누군가를 만나기도 뭔가 챙겨서 어딘가로 가기도 귀찮은 와중에 회사 앞의 영화관이 눈에 들어왔다. 최근에 어떤 영화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평소에 영화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그냥 가서 바로 볼 수 있는 표를 사고 들어가 근 2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재밌던 영화와 넓은 화면과 좋은 스피커로 보는 쾌감이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이 굳이 보고 싶던 영화를 인터넷에 올라올 때까지 안 기다리고 영화관으로 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집까지 버스로 약 15분이 걸린다. 꽉 막힌 도로를 보고 뭔가에 씐 것처럼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 걸었다. 터벅터벅 걷는 도중에 눈에는 도시가 들어왔다. 높은 건물들, 형형색색의 불빛들,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 술집에 모여 왁자지껄한 모습, 학생들이 뛰어가는 모습,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막힌 도로, 그 속을 걷는 나의 발까지. 세상은 어느 때 보다 밝지만 이상하게 어두워 보인다. 소리를 듣지 않으려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서 넣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냥 걸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 내 눈에 보이는 넓은 풍경은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각자의 할 말과 소리를 내면서 지나간다. 내가 빠진 세상을 생각했었던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이 세상을 보는 것이 좋다. 조금 일찍 마친 일과와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선 영화관, 그리고 집까지 약 40분을 걸어서 가는 동안 수많은 것을 보고 듣고 즐겼다. 매일 같이 똑같은 것만 본다고 불평하던 아침의 내가 불쌍해지는 중이다. 똑같은 듯했지만 매 순간이 달랐다. 나는 퇴근하고 나서 3시간 동안 행복을 보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혼자서 쌓은 행복이 나를 기쁘게 해 줄 줄은 몰랐다. 이제 좀 더 많고 큰 행복을 찾아봐야겠다. 내 두 눈에 온전히 행복이 담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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