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행복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더 불행해지지 않도록 억지로 웃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을 믿으며 타인의 본심이 나에게 전해 들어오지 않도록 웃어서 눈을 가려 막았다. 더욱이 나의 마음이 남에게 제대로 비친다면 아마 나를 보기 껄끄러워하겠지-하며.
그래서 웃었다. 불편한 소리를 하면서 뭐라 하는 사람에게 애써 웃으며 나의 미숙함을 사과했고 말도 안 되는 핑계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웃으며 그럴 수도 있다고 나의 관대함을 비췄고 자신만 소중히 여기는 이기적인 이의 모습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나의 분노를 숨겼다. 그렇게 숨기고 숨겨서 가려둔 내 본심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거울 속에 비추는 사람 외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때론 되묻는다. 그래서 네가 짓고 싶은 진짜 표정은 무엇인지. 타인의 눈을 볼 때면 그 사람이 대충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런 말을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바라지 않으면서도 억지로 하는 눈, 배려하는 눈, 정말 좋아서,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 뜨는 그런 눈을 모두 봐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울에 비친 내 눈 속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다. 이 속에 진심이 있다고 하면서.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동시에 나만큼 나를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타인이 보는 나는 완벽히 꾸며진 사람으로서 알아볼 것이며 내가 보는 나는 가식적이면서도 어느 게 본모습인지 모르겠는 사람이다. 언젠가 내가 뜬 눈 속에 있는 마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오히려 두려워서 밀어낼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나의 본모습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매일 거짓을 연기하는 내 눈과 입은 피곤에 지쳐 나를 갉아먹는다. 하지만 끝끝내 연기하는 것은 웃으며 행복하단 표정을 짓는 것이다.
이러다 잃어버리는 것은 표정인지, 감정인지, 나 자신인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눈에 담긴 마음이 절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 또한 거짓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