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내가 제일 많이 생각하고 말한 것은 '해야지, 해야 하는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전에도 단순히 여름이라 체력이 떨어져 의욕이 줄어들고 무언가에 도전할 생각을 쉽게 못하는 거겠지-하는 어투로 일기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최근에는 나름 여유롭게 지내왔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입학할 시절부터 쉬지 않고 알바와 군생활을 하며 보내온 탓에 이번에 처음으로 반 년동안의 휴식기를 가지면서 여유를 만끽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나는 이 여유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이 조급해진 탓이 아닐까. 매달 들어오던 자그마한 자금이라도 없어지니 잔고에 따라 여유도 같이 소비한 것인가.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의 사람들의 생활이 바뀌었다. 단순히 공부만 하고 같이 남는 시간을 소모하며 보내오던 친구들이 각자의 앞날을 위해 보다 노력하기 시작하고 그보다 앞서 이미 사회인이 되어버린 사람을 여럿 만나면서 스스로 늦는다, 뒤쳐진다-라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가진 것 같다. 이런 것쯤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남들과 다른 속도, 다른 방향을 걷고 있을 뿐이지 저들에 비해 못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애써 자신을 부정했던 것이라는 단순한 자기 위로였는가-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눈치를 안 보겠는가. 꿈에 도전한다는 핑계로 주변과는 다른 현실을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라 뒤쳐지는 듯이 보이고 옳지 못한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이는 것쯤은 인식하고 있었다. 하나 이를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리라고는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금 자신의 목표를 위해 주변이나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몰두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진다. 그들은 나와 같은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불안함과 불확실함이 가득한 자신의 길을 믿고 굳건히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일까. 그들도 나처럼 힘이 빠져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포기할까 싶을 때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벗어나서 다시금 걸어 나갈 의지와 용기를 얻어냈을까. 단순히 주변의 도움이나 자신의 마음을 새로이 다잡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존경스레 생각하는 것이며 스스로를 모자라다고 단정 짓지 않고 이유를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니.
세상이 무섭다. 날이 갈수록 어렵고 복잡해지며 그에 따라 단순하고 폭력적인 면모가 튀어나온다. 이런 현상에 스스로 무언가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는 시간이 아까워져서 현실에 꿈에 보다 도전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만 보다 두려운 현실이 눈앞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되어 버릴지 모르는 삶이라고 해서 뒤 없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곧장 날려버리고 도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도전의 방향과 목표는 바뀌어 왔으나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 과정에 힘든 일이나 스스로 남들보다 뒤처질 수 있음에도 '하고 싶은 것은 해봐야지!' 하는 마음과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충돌하며 생겨나는 틈에서 나는 의욕을 잃은 것 같다. 하고 싶지만 힘든 것과 해야 하지만 흥미가 없는 것 사이에서 아무런 선택도 전진도 못한 체 주저앉아 있다는 것이 내 현실이다. 이보다 무지한 일이 있을까.
보통 이런 글의 끝자락에 다 달아서는 앞으로는 도전을 보다 힘차게 해내야겠다, 의지를 내야겠다-하는 둥의 희망찬 다짐을 하는 모습이 나와야겠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겠다. 이 고민은 웬만한 사람들이 모두 할 법한 고민이며 모두의 고민이 되는 만큼 정해진 답은 없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 곧 정답이며 오답이다. 나는 어떤 선택으로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이 고민에 대한 선택은 시간이 자연스레 고르게 만든다. 내가 여기서 주저앉아 버린다면 스스로 현실적인 길을 택하는 것이며 다시금 용기를 내어 꿈이라는 그 환상적인 단어를 좇는다면, 힘든 길을 걸으려 하려 해도 용기는 나겠지. 나는 언제쯤 일어날 수 있을까. 누군가의 응원도 스스로의 다짐도 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에 몸을 맡길 생각도 없다. 나는 곧 해야 한다. 선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