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진실의 외로움

by 정다훈

외로움은 가벼운 감정이다. 하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쉽게 찾아와 하나씩 쌓이고 쌓이다 잠시 벗어났을 때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여전히 내 몸속에 남아서 다시 찾아오는 순간에 나를 괴롭게 만든다. 무엇보다 외로움이 쉽게 찾아오는 상황은 ‘혼자’ 있을 때다. 요즘 들어 아무리 집콕러, 내향성인간 하면서 집에 혼자 있을 때가 충전되고 좋다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집에만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 진다. 사람이 삶에 정해진 감정의 총량이 있다면 그것을 쓰게 하는 것은 남이지만 채워주는 것도 남이다. 우리는 매시간 혼자만 있어서는 삶의 유지를 꿈꿀 수 없다.


매일 누군가가 있던 집. 들어서는 순간 꺼내드는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에 메아리치듯 돌아오는 어서 오란 대답. 음식을 하는 물소리, 칼소리. 텔레비전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들리는 웃음소리. 모든 불이 꺼지고 나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지만 조용히 깔리는 숨소리와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외로움이 찾아오지 못하게 해 준다. 혼자서 지낼 때 텔레비전을 잘 보지도 않으면서 괜히 켜놓고 다른 행동을 했다. 그곳에서라도 들려오는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집에 외로이 혼자 있다는 생각을 잊게 해 주었다. 인터넷방송은 이런 사람들을 위한 외로움 방지에 가깝다. 그들이 들려주는 자신들만의 얘기와 소통은 마치 내가 타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다. 미래에는 가만히 있어도 모든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리라 하지 않는가. 지금도 우리는 집에만 있어도 누군가의 배송과 얘기에 기대어 외롭지 않게 살아간다. 머지않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대체가 된다면 정말 모든 인간이 왕 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만약 이를 누릴 수 있게 된다면은.


외롭다는 감정은 단순히 ‘사랑을 받고 싶어.’라는 뜻이 아니다. ‘누군가 나를 알았으면 좋겠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를 안다-라는 것은 나의 얘기를, 너의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서로 뱉고 떠들며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것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공기의 흐름이 가져오는 것. 어느 순간 항상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얘기할 수 있고 너를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꼭 연인관계에서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현대인들은 날이 갈수록 속에 많은 얘기를 묻어두고 지낸다. 남에게 차마 하기 힘든 얘기들, 굳이 할 필요 없는 얘기들, 하고 싶지만 불편한 것 같은 얘기들을 모두 속에 숨겨두고 얼마 안 되는 재밌는 얘기만 꺼내든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보고 떠들고 있는 친구의 모든 면모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단 소리다. 타인을 위해 그 속을 모두 들어가지 않는 것도 배려지만 그들이 숨겨놓은 얘기를 함께 얼러 만져줄 수 있는 용기를 내주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그 중간을 맞추어 해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나는 최근에 외로움을 느꼈다. 친구들과 함께 하였는가? 예. 혼자서 있는 시간이 많았는가? 아니오. 그렇다면 어디서 외로움을 느꼈는가? 며칠 동안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분명 이전에도 자취를 하고 혼자 살았던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 전혀 달랐다. 분명 가족이 있어야 할 곳인데 없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지금 당장 나타나야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 무조건은 세상에 없다. 우리가 말하는 1+1이 무조건 2 일리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내가 아는 사실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부정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겨나고 그 순간 외로움이 쌓인다. 나는 겁이 많은가 보다. 공포영화를 봐도 귀신의 집을 가도 딱히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귀신은 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분명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은 가벼운 감정은 맞지만 쉽게 옮길 수는 없다. 어릴 적 빗자루질을 할 때면 계속 쓸고 쓸고 쓸어도 결국 조금의 먼지는 끝끝내 쓰레받기에 올라오지 않았다. 외로움은 그것들이다.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서 어딘가에 달라붙어 자신의 동족이 들어올 때면 다시 튀어나온다. 오늘도 애써 숨겼다. 내 눈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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